치매가 불러온 비극… 사회적 안전망 구축 시급

입력 2014-03-3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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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서” 치매부모 돌보다 결국…

경기도내에서 치매 노인을 모시던 효심깊은 자식들이 부모와 함께 세상을 등지는 동반자살 사건이 잇따르면서 치매노인 가정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달 서울 송파에서 발생한 세 모녀 동반자살로 이른바 ‘세 모녀법’까지 발의되며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치매 문제도 법률적ㆍ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노인인구가 500만명에서 580만명으로 17% 증가했으며 같은기간 치매노인은 26.4% 증가해 2012년 기준으로 이미 54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우리나라 치매인구는 20년마다 두배씩 늘어 2020년에는 80만명을, 2050년에는 270만명을 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하거나 인지저하증을 겪는 노인을 수발하는 가정들의 대비는 부실하기만 한 상황으로 생활고까지 더해지면서 동반 자살 등 극단적인 결과까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9일 낮 12시5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모텔에서는 70대 노인과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는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7년 동안 돌봐온 A씨(48)와 그의 아버지(75)로, 이들 곁에는 재만 남은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사업을 하던 A씨는 아버지가 7년 전 치매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5년 간 생활했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사업까지 실패하며 생활고에 시달리자 2년 전부터 아버지를 직접 간호하며 살았던 효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지난 27일 오후 7시20분께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P씨(55ㆍ여)와 어머니 L씨(90)가 숨진 채 발견됐다.

P씨로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친오빠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은 안방 화장실 앞에 쓰러진 L씨와 화장실 안에서 목을 맨 상태인 P씨를 발견했다.

유서에서 L씨는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 P씨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 결과, L씨는 최근 뇌경색 증상으로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치매 초기 판정을 받고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숨진 P씨는 약사 출신으로 결혼도 미룬 채 간병인을 두지 않고 줄곧 뇌경색 등의 지병을 가진 노모를 보살폈던 효녀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배기수 경기도의료원장은 “치매 환자 문제는 부부간은 물론 부모와 자식간, 형제간에 갈등을 촉발해 가정파탄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도 7월부터 경증치매노인에 대해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주는 등 나서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석 심평원 수원지원장은 “인천만해도 시립으로 운영하는 치매전문병원이 있지만 아직 경기도에는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 요양병원들이 있지만 치매노인을 전담하기에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의 좀더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경기일보 이명관ㆍ하지은기자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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