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보름 만에…유족 “남편 구속 후 힘들어해” 신병비관한 듯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중앙티앤씨 서정기(44ㆍ구속) 대표의 부인 A(42)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국에 온 지 보름 만에 신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남편이 거액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10분께 A씨가 서울 양천구의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A씨 조카의 친구가 발견해 신고했다.
신고자는 “A씨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집을 찾았다가 A씨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는 노트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은 정확히 확인해줄 수 없지만 KT ENS 수사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남편이 구속된 이후 힘들어했다”는 유족 진술로 미뤄 A씨가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자녀와 함께 외국에 머물렀다가 지난달 14일 양천구 자택에 홀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는 다른 KT ENS 협력업체 대표 7명과 함께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463차례에 걸쳐 16개 KT ENS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8335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서 대표는 대출받은 돈을 회사 운영자금이나 그전 대출금 돌려막기에 썼을 뿐만 아니라 수백억원은 아파트나 별장을 장만하거나 고급 외제차를 굴리는 데 쓰며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부도덕한 협력업체 대표들과 이들의 부정행위를 도운 KT ENS 직원, 세금계산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대출 관리를 허술하게 한 은행권에 더해 금융감독원 직원까지 개입된 사상 최대 사기대출 사건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