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최근 빙상연맹을 시작으로 염전노예, 형제복지원, 황제노역 사건 등으로 대한민국에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분노로 가득 찬 사회를 첨예하게 파고들고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이 출간됐다.
“분노는 인간의 여러 감정 중에서 가장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분노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의 분노는 어디서 오는가. 정당한 분노는 가능한가. ‘분노사회’는 분노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분노사회로서의 한국을 분석하고, 관련 주제를 첨예하게 다룬다.
이 책에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분노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이 담겨있다. 저자는 우리 속에 가득하지만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분노라는 감정과 함께 한국사회를 다룬다. 특히 분노가 기쁨, 슬픔, 두려움, 당혹감 등 다른 감정과는 달리 ‘관념’에서 촉발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진전시키다.
분노는 생존과 자기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감정이었지만, 현대인은 더 이상 생존과는 거의 관련 없는 방식으로 분노를 생산한다. 분노는 자신이 가진 관념이 현실과 어긋날 때, 혹은 자기 내부에서 관념이 이미 어긋나있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불일치는 인간에게 부적절감을 만들어내며, 이 어긋남과 부적절감이야말로 분노의 원천이다.
저자는 ‘청춘인문학’, ‘삶으로부터의 혁명’ 등 전작에 이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에리히 프롬의 ‘반항과 자유’, 찰스 테일러의 ‘불안한 현대 사회’, 니체의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순진함의 유혹’ 등을 폭넓게 분석했다.
속도감 있게 읽히는 이 책은 분노로 가득한 자신과 사회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한다.
정지우 지음 / 이경 펴냄 / 200쪽 /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