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광 전(前)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일본의 무역적자 증가는 당연히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친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이 무역수지와 해외투자로 벌어들이는 소득수지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상수지는 2013년 10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2014년 1월의 경상적자는 1조5890억 엔으로 과거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일본이 완전 경상적자국으로 전락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해외투자로 벌어들이는 소득수지가 2013년에 16.5조엔이나 되기 때문에 연간으로는 아직 경상흑자국이다. 4월부터 실시하는 소비세 인상(5%→8%) 이전에 원재료 등의 수입을 급격하게 늘린 것도 한몫했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대국’, ‘경상흑자대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일본의 싱크탱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이 언제쯤 경상적자국으로 전락할지 시나리오별 계산에 여념이 없다. 일본총합연구소는 일본은 2018년부터 경상적자가 정착할 것이라고 한다. 경상수지 발전 6단계설로 보면 일본은 아직은 5단계의 무역적자, 경상흑자의 ‘성숙 채권국’이지만, 조만간 마지막 단계인 ‘채권 감소국’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 구조변화를 경상수지 변화가 말해주고 있다.
경상적자 구조가 정착하면 향후 일본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리로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먼저 경상적자국이란 기본적으로 국제경쟁력 상실을 의미하며 따라서 국내의 부족한 자금을 해외로부터 조달해 와야 한다. 때문에 해외투자가들이 일본경제를 보는 눈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지며 리스크에 민감해진다. 지금 일본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거대한 국가채무를 지고 있는 일본 정부의 디폴트 리스크이다. 지금까지는 경상흑자에다 가계의 금융자산이 약 1600조 엔에 달하기 때문에 발행하는 국채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었다. 일본이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다른 이유이다. 그러나 경상적자국이 되고 고령화로 가계저축도 마이너스가 되면 국채를 해외에서 소화해야 한다. 당연히 해외로부터 돈을 빌릴 때의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인해 국채금리가 상승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금리가 급상승하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대폭적인 증세와 세출 삭감이 불가피하며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저하한다. 여기서 일본은행이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지금의 아베노믹스처럼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한다면 엔 통화량 증가, 엔 신인도 저하, 엔 환율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일본이 가장 무서워하는 시나리오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지금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까? 국채의 신인도 회복을 위해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재정의 프라이머리 밸런스, 즉 국채 비용을 제외하고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아베정권은 재정재건에는 대단히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TPP로 신흥국의 투자 룰이나 지적재산권 제도를 정비하여 소득수지를 늘리겠다는 전략도 내걸지만 그 효과 또한 미미할 것이다. 아베 정권은 경상적자국 전락, 재정리스크 현실화를 코앞에 두고도 역대 정권들처럼 ‘정책 미루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아무튼 일본의 상황은 아베노믹스이든, 경상적자국 전락이든 앞으로 엔저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젠 엔이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닐지도 모른다. 리먼 쇼크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급격한 엔고로 우리 수출이 증가했던 행운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기업들은 최근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이 늘지 않았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엔저 지속을 당연한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해외전략,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일본경제의 구조변화로 인한 쓰나미는 앞으로 계속해서 우리나라로 밀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