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제13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재추대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는 유임시켰다. 처형된 장성택의 빈자리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메꿨다. 최룡해는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됐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과 조춘룡 등이 국방위원에 새로 선출됐다.
이로써 제 13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회의에서 김정은 시대의 신 실세들이 주요 요직에 배치된 셈이다. 최룡해는 이번 회의에서 부위원장에 유임된 리용무, 오극렬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아울러 최룡해는 처형된 장성택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까지 3대 핵심 권력기관 요직을 모두 차지해 김정은 체제의 2인자임을 확인했다.
외무상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새로 기용됐다. 리수용은 스위스에 오래 주재하며 서방외교에 밝다는 점에서 유럽 등 서방 외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립을 탈피하고, 외자 유치의 얼굴마담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위 위원에는 장정남 인민무력부장과 조춘룡이 새로 이름을 올렸고 박도춘 당 비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유임됐다. 지난해 4월 인민무력부장에 오른 장정남은 김정은체제 들어 군부실세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춘룡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로 군수경제를 책임지는 제2경제위원장으로 추정된다. 이전에는 백세봉이 이 자리를 맡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회의는 김정은 동지께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됐음을 엄숙히 선언했다”면서 “김정은 동지의 제의에 의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위원들을 선거했다”며 국방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반면 김격식, 주규창, 백세봉은 국방위 위원에서 빠졌다. 또 내각 경공업성이 폐지됐지만 다른 부처의 상들은 회의 이전과 변화 없이 그대로 기용됐다.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지도부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체제를 유지, 정권 안정을 도모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 부인인 김경희는 이번에도 주석단에 등장하지 않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 탈락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