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임원 연봉공개의 후폭풍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간에서 나오는 비난의 화살 대부분은 재계 총수들의 고임금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보수 공개는 지난해 4월 30일, 연간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처음 시행됐다. 입법 당시 사생활 침해, 반(反)기업정서 확산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책임경영을 유도한다는 차원이다.
연봉 공개는 큰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교도소와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고액 연봉과 적자를 냈음에도 거액을 받아간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최 회장은 지난해 성과급과 올해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엔 보수 산정기준에 대한 오해도 있다.
우선 보수 산정기준이 기업마다 다르다. 이는 기업별로 임금체계에 약간씩 차이가 있고, 금융당국이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데 따른 혼란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상여금 항목에 설 상여, 추석 상여, 목표 인센티브, 성과 인센티브를 포함시킨 반면, 금호석화는 명절상여는 12분의 1로 나눠 급여에 반영하고 상여금 항목은 성과급만 표시한다. 이는 동일한 잣대로 모든 기업 등기임원의 급여를 평가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의미다.
상여금(성과급) 지급 시점에 대한 함정도 있다. 거의 모든 기업이 직전년도의 성과를 계수화한 후 연초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따라서 이번에 공개된 2013년 연봉의 성과급 항목은 2012년도 실적을 반영해 지급한 것이다.
일례로 금호석화는 지난해 4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지만 박찬구 회장에게 지난해 18억2000만원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상여금은 12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2012년도 결산 실적이 반영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법정구속된 것도 2013년 1월이다. 최 회장은 2012년 유력한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SK그룹과 글로벌 기업 간 굵직한 합작사업의 단초를 만들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등기임원 연봉에 포함된 상여금 항목을 당해연도(2013년) 실적과 연결해 비난 여론을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특히 지난해 적자를 내고도 고액의 성과급을 챙겼다는 비판은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