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일가들이 경기침체와 불황에도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거액의 배당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재벌 총수는 해당 기업이 벌어들인 금액 이상을 배당으로 가져갔을 뿐만 아니라 적자기업에서 배당금을 챙기기도 했다. 상장사의 배당성향은 통상 20% 내외로 순이익의 5분의 1 수준이다.
14일 각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총 100억원을 배당했다. 이들 부자는 지난해 광영토건 순이익(7억7000만원)의 13배 가량을 배당금으로 가져간 셈이다. 또 이 회장은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104억원), 동광주택산업(84억원), 부영대부파이낸스(5억원)에서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특히 현대유엔아이는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냈음에도 불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에게 각각 12억원과 2억원씩을 배당했다. 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유동성 위기 속에서 동부생명보험에서 10억원을 배당받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씨는 비상장 계열사인 이노션으로부터 29억원을 받았다. 정 회장과 사돈 관계인 신용인 삼우 대표는 삼우에서 34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또 현대커머셜은 정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과 차녀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에게 57억원을 배당했다.
GS그룹의 경우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5촌인 허서홍씨 등 GS그룹 4세들과 친인척이 삼양인터내셔날 등 비상장사 4곳에서 배당받은 금액(104억원)이 전년도(58억원)보다 2배 조금 안되게 늘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LG그룹에 의존하는 범한판토스 역시 대주주인 조원희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씨에게 97억원을 배당했다.
삼성그룹 비상장사인 삼성SDS와 삼성자산운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각각 22억원과 14억원을 배당했다. 이와 함께 삼성SDS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에게도 7억5000만원씩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전문가들은 비상장 계열사의 거액 배당이 상장사 주주가 가져가야 할 이익을 총수 일가가 빼돌린 결과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벌 비상장사 대부분은 주요 거래처가 계열 상장사로 내부거래 비율이 매우 높다”며 “주력회사에 빨대를 꽂아 이익을 빨아먹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총수가 있는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098개 중 아직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420개(38.3%)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총수 일가가 챙긴 배당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