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통일 금융’… 업무 중복 우려

입력 2014-04-1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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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산은·정금공 등 연구 내용 사실상 같아…정책 지휘 컨트롤타워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대비한 준비를 표명하고 금융당국 수장도 통일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정책금융기관들이 앞다퉈 통일 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부서를 신설해 북한 연구를 시작하는가 하면 기존의 대북 관련 업무 기능을 한층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통일 관련 부서에 대한 실효성 및 업무 중복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북한 및 통일 관련 사업을 확충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날 ‘북한개발연구센터’를 출범한다. 남북경제협력기금 수탁기관인 만큼 향후 통일에 대비해 연구센터를 북한 개발 연구의 싱크탱크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연구센터는 현재 2명의 박사 인력에 3명을 더해 총 5명으로 운영을 시작한다.

KDB산업은행은 올해 초 조사분석부에 북한·동북아 관련 팀을 새롭게 만들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금융 부분이 수행했던 역할을 조사·분석해 통일 후 대응전략을 미리 점검한다는 복안이다. 산은은 통일 이후 북한의 산업 구조조정이나 인프라 재건 등에서 산은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이미 5명 규모의 북한경제연구팀을 운영 중이다. 매년 정책포럼을 열고 있는 정금공은 이날 ‘한반도 마셜플랜’이란 주제로 진행되는 포럼에서 북한에 대한 효율적 원조 경제 방안 및 경제전략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책금융기관들의 북한·통일 관련 부서에서 연구하는 내용을 사실상 별반 차이가 없다. 북한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해외사례를 참고해 통일 이후 어떤 원조 및 경제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또 효과적인 개발 및 재건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연구한다. 향후 정책금융기관간 업무 중복과 이에 따른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급하게 마련된 부서인 만큼 준비 상황도 미흡하다. 실제로 이달 1일 금융연구원 내 문을 연 통일금융연구센터는 지금까지 센터장 이외에 아직 단 한명의 연구원도 충원되지 않았다. 당초 5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꾸려질 예정이었지만 어떤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무엇을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 불명확한 탓에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살리기를 강조했을 때 너도나도 중기 금융지원에 나서면서 정책금융기관간 중복 지원이 도마위에 오른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며 “추후 기능 재편에 따른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통일 금융을 지휘할 컨트롤 타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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