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가 막을 내렸다. 9.2%의 뜨뜻미지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다. 동시간대 인기리에 방영되던 SBS ‘별에서 온 그대’ 마지막 회와 극 초반 맞붙어야 했고, 극 후반에는 세월호 사건으로 결방되며 시청자 운집에 고비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혼한 부부가 서로를 유혹하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한계로 ‘앙큼한 돌싱녀’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탄탄한 연기로 진지함과 코믹을 오가는 빛나는 주상욱의 연기 덕분에 드라마에 생동감이 넘쳤다. 주상욱은 여기에 ‘로코퀸’(로맨틱 코미디 퀸) 김민정, 라이징 스타 서강준 등과의 찰떡호흡으로 드라마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앙큼한 돌싱녀’의 히어로 주상욱을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 작품을 통해 실질적인 주연 원톱으로 자리한 그는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부담감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실질적인 첫 번째 주인공이라는 점이었다”며 “16부작을 끝까지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전적으로 내 책임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부담감과 떨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3회 정도부터 점차 자신감을 가졌다. 그래서 마지막엔 더 아쉽기도 했다. 다음 작품 때는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시작하면서 자기 자신을 설득했다. 그 어느 때보다 연구도 많이 하고, 작품 해석을 폭 넓게 하고자했다. “드라마 시작 전 감독님과 작가님, 주변 분들에게 이혼한 커플이 재결합하는 설정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면서 “결혼 경험은 없고, 연애 하다 헤어졌던 경험을 떠올렸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서 사랑한다는 게 어렵지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었다. 이혼하고 각자 다른 분과 재혼했다가 다시 재혼하는 경험을 많이 전해 들었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는 믿음을 가지고 연기했다”면서 그는 그렇게 이혼 후 남녀가 재결합하는 설정을 자신에게 이해시켰다.
상대역 이민정과의 연기 호흡에 9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그는 “민정이와는 8년 전에 ‘깍두기’라는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상대역은 아니었지만 친하게 지냈다”면서 “이번 작품을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기 호흡에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서강준과 주상욱은 전작 KBS 2TV ‘굿 닥터’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었다. “당시 강준이는 단역 깡패 역할로 나왔었다. 그 전에도 개인적으로 오가며 인사하고 지냈다”면서 “‘굿 닥터’를 함께 촬영할 때 강준이에게 ‘강준아, 너는 진짜 잘 될 것 같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그렇게 말한 뒤 ‘앙큼한 돌싱녀’에서 바로 같이 하게 됐다”고 서강준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서강준이 부럽다는 그는 “어리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시작을 빨리 했기 때문에 크게 될 거라 생각한다. 내가 처음 연기할 때보다는 100배 더 잘하는 것 같다”면서 “내가 그 나이에 그 정도만 했어도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서강준을 칭찬하던 그는 “연하남과 나는 경쟁이 안 된다. 내가 나은 걸 굳이 따지자면 고작 연기 하나다”면서 “경험이 많다는 점을 살려서 연기로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강준이 같은 연하남들과는 노선이 다르다. 나는 그냥 내 길을 가고 싶다”고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이번 작품에서 이런 캐릭터를 했으니 다음 작품에서 저런 캐릭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일단 시놉을 보고 이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갈까 고민하는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비슷한 역할이 들어와도 ‘어떻게 전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는 주상욱. 연기로 쌓아올린 그가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이 더 단단히 들리는 이유다. 그 어느 때보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