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치유는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도 이해받을 때 완성된다고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이야기한다. 5월 공연계는 국가적으로 참사를 겪고 시름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한다.
질곡의 근현대사 속에서 피어난 희망, 먹고 살기 어려웠던 삶이지만 사랑을 잃지 않았던 우리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을 만나보자. 공연장을 찾아 한 관객이 되어 무대에 선 배우와 함께 실컷 공감해보는 것도 마음 회복에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공연을 보면서 개인과 우리 사회가 힐링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4월 26일~7월 27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는 무거운 소재에 상상력을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펼쳐낸다. 6.25 전쟁 당시, 인민군 4명과 함께 기상 악화로 고장 나 버린 이송선에 탄 남한 국군 대위와 그 부하는 무인도에 고립된다. 유일하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북한 소년병 류순호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나머지 역시 야만적으로 변해간다. 인질이 된 남한 국군 대위는 북한 소년병에게 여신의 전설을 만들어 들려준다. 여신님에 빠진 순호는 비로소 정서적 안정감을 되찾으며 배를 수리해나간다.
‘여신님’은 누군가에게는 엄마, 여동생, 사랑하는 딸, 짝사랑하는 누나다. 각자의 마음 속에 살아 숨 쉬는 ‘여신님’은 고난 속에서도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고 삶에 대한 애착과 목표를 갖게 한다.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 선정작, 국회대상 올해의 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차범석 희곡상 제3회 수상작인 정경진의 동명의 희곡을 밑바탕으로 한 연극 ‘푸르른 날에’(4월 26일~6월 8일, 서울 남산예술센터)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속 피어난 남녀의 사랑과 30여 년 후의 인생 역정을 그려낸다. 고선웅 연출의 손을 거쳐, 자칫 무겁고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과장된 어법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서정주 시, 송창식의 노래로 여는 마지막 장면은 ‘푸르른 날’이 개인과 역사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을 기억함과 동시에 푸른 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펼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암시한다.
특히 ‘푸르른 날에’는 오는 6월 13일부터 전남 광주 빛고을 시민문화회관에서 상연된다. 고선웅 연출은 초연 이후 4년 만에 처음 5.18의 현장인 광주에서 공연된다는 점에 대해 “단순한 지방 공연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이 작품이 광주시민들에게 아직까지 응어리진 설움이 있다면 풀어주고 상처를 안고 자기와 화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5.18의 중심지에서 공연될 ‘푸르른 날에’는 광주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깊은 감동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극 ‘연극열전5: 사랑별곡’(5월 2일~8월 3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은 이순재, 고두심이 부부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충남 서산의 한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삶의 고단함을 안고 사는 40대부터 죽음을 마주한 80대의 삶까지 한 작품 안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와 더불어 인생의 깊이가 굽이치는 대사와 한 폭의 수채화를 닮은 무대 미술이 한 편의 시처럼 애틋한 위로로 다가온다. 구태환 연출은 “삶과 죽음을 통해서 인생 그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과 화해 그리고 용서를 밑바탕으로 한 ‘사랑별곡’의 따뜻하고 소박한 이야기로 우리 사회 따스함을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