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국민담화] 박 대통령, ‘국가 대개조’ 승부수 띄워

입력 2014-05-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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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해체-국가안전처 신설-공무원재취업 금지 3배 확대-김영란법 처리

박 대통령이 20여분 동안 읽어 내려간 담화는 ‘국가 대개조’를 예고했다. 그런 만큼 출범 2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내용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사과, ‘관피아’(관료+마피아) 철폐를 비롯한 공무원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 방안, 해양경찰의 해체 및 국가안전처(가칭) 신설을 통한 국가재난방재시스템의 재정립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해경을 해체키로 한 것은 이번 담화에서 가장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무능한 공무원 집단은 언제든 하루아침에 퇴출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 앞으로 공무원 사회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 전 국민 앞 첫 대국민 사과= 박 대통령이 담화문 형식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건 세월호 사고 이후는 물론 취임부터 지금까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채 피지도 못한 많은 학생들과 마지막 가족여행이 되어 버린 혼자 남은 아이, 그 밖에 눈물로 이어지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하며 저도 번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나날이었다”며 그간의 괴로운 심정을 토했다.

또 어린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故) 권혁규 군,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희생된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양대홍씨 등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이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한 추모비를 건립하고,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사고의 진상규명과 관련해선 필요할 경우 특검은 물론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사고의 최종적인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 것임을 천명했다. 국가 대개조의 신호탄을 올린 셈이다.

◇ 해경 해체 및 국가안전처 신설= 국가안전처의 역할이 대통령 담화를 통해 보다 구체화됐다. 국가안전처는 각 부처로 흩어져 있던 안전 관련 업무를 모두 가져와 통합관리하게 된다.

박 대통령은 우선 해경을 전격 해체하고 해경이 맡아 온 업무는 성격에 맡게 각 기관으로 이관키로 했다.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에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해 해양 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안전행정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 한 만큼 안행부의 핵심기능인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은 신설되는 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할 계획이다. 안행부는 행정자치업무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 해경 지휘책임이 있는 해양수산부의 해양교통 관제센터(VTS)도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키로 했다.

국가안전처의 실질적인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안전관련 예산 사전협의권과 재해예방에 관한 특별교부세 배분 권한도 부여된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만들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 공무원 및 기업의 정상화 = 공무원 사회 개혁은 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관피아 방지책으로 먼저 퇴직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에 대한 제한 폭을 3배 이상 넓히고, 취업제한 기간을 지금의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안전감독 업무, 이권이 개입할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고, 고위 공무원에 대해서는 퇴직이후 10년간 취업기간 및 직급 등을 공개하는 취업이력공시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를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정부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또 중앙에 별도의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해 민간전문가 선발을 확대, 5급 공채와 민간경력자 채용을 5대 5 수준으로 맞춰 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 나가는 등 기업의 사익추구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히 제재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여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서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엄포했다. 이를 위해, 범죄자 본인의 재산 뿐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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