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왕 고령에 왕세자 인기 안높아…후계구도 확고히 하려는 의도도
태국 군부가 19번째 쿠데타를 단행했다. 쿠데타가 그만큼 흔한 태국이기에 이번 사태도 이전처럼 큰 변화 없이 흘러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태국 왕실의 후계구도가 걸려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고 23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쿠데타를 선포한 프라윳 찬-오차 태국 육군 참모총장은 왕비 근위병 부대 출신으로 대표적인 왕당파 인사다. 그는 지난 2010년 당시 반정부 진영이었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의 시위를 강경진압하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시위를 강제진압한 공로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그를 육군 참모차장에서 참모총장으로 승진시켰다. 그가 쿠데타 전까지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지만 심정적으로는 ‘옐로우셔츠’로 상징되는 왕실, 군부 등 기득권 세력에 기울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또 태국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군 통수권자인 국왕의 승인이 없다면 쿠데타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번 쿠데타에도 왕실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달 초 실각한 잉락 친나왓 전 총리는 탁신의 여동생이다. 탁신 전 총리는 농민과 빈민들에 유리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을 펼쳐 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왕실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잉락도 오빠의 후광으로 총리가 됐으며 이후 쌀 보조금 정책이나 탁신 사면 시도 등으로 옐로우셔츠의 반발을 샀다.
‘레드셔츠’로 대변되는 이들의 지지기반은 확고해 탁신 일가는 지난 2000년 이후 총선에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왕실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되는 세력이 극도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쿠데타가 벌어진 것이다.
어니스트 보어 국제전략연구소(CSIS) 선임 고문은 “이번 쿠데타는 이전과 매우 다르다”며 “이는 태국에서 100년 만에 1번 있을까 말까 한 정치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왕이 바뀔 무렵에 누가 권력을 잡고 있을지가 중요하다”며 “군부는 후계 교체 시기에 현정부 지지 세력이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국왕은 60여년 간 재위에 있으면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86세의 고령이어서 건강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반면 그의 뒤를 이을 왕세자는 그렇게까지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CNBC는 덧붙였다.
스티브 비커스 스티브비커스앤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는 “옐로우셔츠는 국왕이 서거하고 새 왕이 즉위하기 전인 지금이 헌법을 고치고 현재의 선거 시스템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마직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탁신 지지성향이 강한 태국 북부에서 쿠데타에 대한 반발로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