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최대 제과회사 로셴 키워…‘오렌지 혁명’ 자금줄 역할로 압도적 지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재벌 기업가출신으로 화려한 정치 이력을 가진 페트로 포로셴코(48)가 차기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포로셴코는 키예프 국립대학에서 국제관계ㆍ국제법 학부를 졸업 후 카카오 열매 판매사업을 시작으로 1990년대 여러 개의 제과회사를 인수해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인 ‘로셴’으로 키웠다. 이에 그는 ‘초콜릿 왕’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자동차 생산ㆍ조선ㆍ미디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보프스 선정 개인자산 13억 달러(약 1조 3330억원)으로 우크라이나 갑부 7위에 올랐다.
1998년 34세의 프로셴코는 당시 레오티느 쿠치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진출하면서 정치에 입문했으나 쿠치마와 결별하고 개혁성향의 정치인 빅토르 유셴코와 인연을 맺으며 2004년 유셴코가 주도한 ‘오렌지 혁명’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위원장)를 거쳐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외무장관을 지내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집권한 2010년 초 외무장관직에서 해임됐으나 2년 뒤 포로셴코는 야누코비치에 의해 경제개발ㆍ통상 장관으로 발탁됐다.
중립적 정치성향을 보인 포로셴코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관세동맹 가입을 압박하며 로셴 초콜릿 수입금지 초지를 취한 것을 계기로 친서방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야권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과정에서 프로셴코는 개혁 세력을 지지하며 물질적 후원자 역할을 했고 결국 지난 3월 말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포했다. 대선 출마선언에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방위조약을 서방과 맺겠다”며 친서방 노선을 천명했다.
재력가 중 유일하게 반정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야권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등 인상깊은 행보를 보이며‘실용주의자’‘뛰어난 협상가’ 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악의 갈등을 겪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중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작용해 이번 대선에서 5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언론들은 최근 포로셴코가 우크라이나 갈등 국면을 바꿔놓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을 완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업적 이해관계나 다른 신흥재벌과의 유대관계를 고려했을 때 우크라이나 위기 돌파보다는 현상유지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