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한류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열린 상하이 TV 페스티벌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와 박지은 작가가 초대돼 그 열기를 재확인했다. 이처럼 종영한 지 4달이 지난 작품이지만, 드라마가 낳은 파급력은 그칠 줄 모르고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처럼 성공한 드라마 한 작품이 발생시키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반면, 그 결과물이 탄생되기까지 속내를 들여다본다면 놀라울 만큼 후진적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지상파 드라마에서 이를 증명하는 또 한 번의 사례가 등장했다. 이승기, 차승원, 고아라 등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출연진의 활약으로 수목드라마 시간대에서 6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탄탄히 지키고 있는 작품인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다. 지난 9일 새벽 주연배우 이승기가 액션신 촬영 도중 소품용 가짜 칼에 눈을 찔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승기는 의료진으로부터 각막 손상 안구내 전방출혈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방송은 1회 결방이 됐다.
주연 배우 한 사람의 부상은 곧바로 한 주간 작품 결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쪽대본’, ‘생방송 촬영’으로 그동안 지적받아온 국내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여전히 개선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앞서 촬영장에서 문근영이 눈 부상을 당하자, 방송분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결방 결정을 맞닥뜨린 MBC ‘불의 여신 정이’(2013), 정우성과 정찬우가 부상을 당한 SBS ‘아테나’(2011) 촬영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한중 드라마 전문가가 모인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본 중국사회의 이해 컨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낸 장태유 PD는 ‘별에서 온 그대’ 제작 과정을 묻는 중국 전문가의 질문에 “11월 18일 첫 방송됐다. 대략 두 달 전부터 첫 촬영을 시작했고, 방송 나갈 때 5, 6회를 찍고 있었다. 2달 동안 4회를 찍은 것이다. 9회, 10회 쯤이 되면 뒤로 갈수록 시간이 없어지니까 11, 12회 찍을 때는 그 주에 2회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 주에 방송분을 다 찍어야 되니까, 촬영 현장에는 A팀, B팀이 있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 미니시리즈에는 공동연출자가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 강국’, ‘한류’라는 위상을 자랑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산업 중심에는 열악한 제작환경이 불러일으킨 그 위험성이 여실히 도사리고 있다. 당일치기식 촬영 일정 속에 부상당한 연기자는 충분한 회복을 소화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급박한 촬영 현장 속에 제작 환경의 수준은 담보되지 못 한 채, 한류 드라마가 가져다준 성과는 누구의 배를 불리고 있는 것인가. 제1의 드라마 선진국임을 자처하고 있는 가운데, 역시 한국은 ‘빨리 빨리’ 잘 만들어낸다며 으뜸으로 치는 동남아, 중국 보기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