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 가격을 올려 거래를 늘리려 하는데 거래나 가격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는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고 수요가 주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부동산 시장에서는 잘 작동되지 않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부동산은 가격이 올라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으면 일반 상품과는 반대로 오히려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어난다. 일반 상품은 가격이 오를 때 미리 사 놓는다 해도 유행이 바뀌고 성능이 떨어져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보관비용도 든다. 그러나 부동산은 미리 사 놓으면 매매차익뿐 아니라 임대수입까지 얻을 수 있어 가격 상승기에는 수요가 더 증가한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바닥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 한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가 쉽게 늘지 않는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여전히 높아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쪽으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까지 떨어져 주면 충격은 있겠지만 거래가 빨리 늘어나면서 하우스푸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현재와 같이 횡보하면 급격한 충격은 없겠지만 거래는 계속 부진할 것이고 하우스푸어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얼마 동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동산의 실질가격은 물가상승에 의해 장기간 떨어질 것이다. 시장에서 떨어진 부동산의 실질가치가 적정하다고 받아들여지면 다시 수요와 거래가 늘어나고 시장이 정상화된다. 시장이 정상화될 동안 국민경제는 고비용 구조로 인한 경쟁력 약화, 하우스푸어로 인한 내수위축, 분배구조 악화 등의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애 낳기 어려워 출산율도 계속 낮아질 것이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 알기는 어려우나 어떻게 돼야 국민경제에 좋은지는 알기 쉽다. 부동산 가격의 변동은 물가나 환율과 같이 소비, 투자, 수출입 등 경제활동에 영향을 주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상대가격의 변동을 통해 경제주체 간 자산과 소득을 부당하게 이전시킨다. 물가가 오르면 실물자산 소유자와 채무자가 이익을 보고 금융자산 소유자와 채권자가 손해를 본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입자가 이익을 보고, 수입업자나 수입물건을 쓰는 국민들이 손해를 본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소유자가 이익을 보고 무주택자 등 부동산이 없는 사람이 피해를 본다. 한국은 부동산 시가총액이 대략 7000조~8000조원에 달해 부동산 가격이 10% 정도만 올라도 부동산 소유자의 부가 국내총생산(GDP)의 60~70%인 700조~800조원이 증가한다. 결국 부동산 가격, 물가, 환율은 가능한 안정시키면서 경제를 성장시켜야 국민들이 억울한 일을 적게 겪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올려 부동산 소유자의 자산 가치를 늘려가면서 성장해 왔다. 부동산 경기 덕분에 성장은 조금 더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극화 심화, 경제정의 훼손, 국가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의 약화 등 한국경제의 고질적 문제가 만들어졌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이 부동산 덕에 쉽게 얻은 성장에 대한 비용을 치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정책당국은 비용을 최소화 해야겠지만 가능한 그 비용은 그간 이익을 본 사람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임대소득세 과세 회피, 전세가격 폭등 방조 등의 정책은 그간 큰 이익을 본 부동산 투자자의 이익은 계속 보호하고 큰 손해를 본 세입자는 더 어렵게 한다. 이는 정의와 공정이라는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