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4년 후인 96년, 당시 엄길청씨가 진행하던 MBC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고정 패널로 창업상담을 했다. 진행자가 김방희씨로 바뀌고도 무려 8년간 장수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초기에는 출연 당일, 전화를 받느라 다른 일을 못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3년 마지막 해에는 출연 당일조차도 전화 한 통화 받기가 쉽지 않았다. 라디오 경제프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지면에 처음 소개된 때는 92년, 스포츠조선에서다. 사회면의 반을 차지할 만큼 크게 나왔는데 이 때도 전화는 연 3~4일 동안 이어졌다. 지금은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있던 명로진씨가 쓴 기사인데 그 덕분에 이후로 스포츠조선에 창업칼럼을 연재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위에 언급한 KBS 출연은 스포츠조선의 기사를 보고 섭외해 온 덕분이다.
잡지에 처음 소개된 것은 92년, 월간 '직장인'에서다. 나중에 한국일보 기자로 전직한 기자가 무려 네 페이지에 걸쳐 특집으로 다뤘다. 사진기자의 멋들어진 작품성 얼굴사진과 함께 근사하게 나갔지만 전화문의는 그다지 오지 않았다. 라디오 방송과 신문과 잡지 중에서 피드백 효과는 라디오가 1위였고, 신문이 2위, 그리고 잡지가 3위였다.
TV에 처음 출연한 것은 96년 경,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다. 진행자가 바뀌곤 해서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최근 비만문제로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이금희씨와 황인용씨 혹은 이상벽씨가 아닌가 싶다. 어쨌든 그 프로그램 덕분에 얼굴이 많이 팔렸다. 그렇지만 피드백 효과는 이숙영의 라디오에서보다는 못했다.
지금은 조중동으로 고정됐지만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4대 일간지로 조중동과 한국일보를 꼽았다. 어쨌든 4대 일간지에 처음 기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97년, 동아일보에서다, 당시 백승훈기자의 제안으로 매주 칼럼을 기고했는데 한 면을 꽉 채워 나가서인지 전화가 쇄도했다. 그렇지만 5년 전의 라디오나 스포츠지에 비해서는 덜했다.
정리하자면 날이 갈수록 매체의 위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눈에 뜨게 효과가 떨어진 때는 중앙일보가 처음 시도한 섹션신문이 나오고부터다. 원래 경제면도 본지에 게재되었던 것을 별지로 따로 떼어내서 발행했고, 조선일보, 동아일보도 뒤를 따랐다. 그날 이후 경제면의 기사효과는 반감됐다.
독자들이 그나마 경제에 관심 있어 하던 때가 IMF 구제금융이 시작된 97년 말부터지만 그렇더라도 경제면을 일부러 챙겨 읽는 독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명예퇴직 바람이 불던 그 시기에 남편의 실직부담으로 여성들이 하나 둘 창업 전선에 나서기 시작한 때지만 여성들은 경제면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광고를 처음 낸 것은 매일경제에 5단통으로 게재했던 92년경이다. 당시 광고료는 5단통에 1백만원 수준이었지만 전화는 기껏해야 10통 내외였고 그나마 상담까지 연결된 경우는 5명이 채 안됐다. 경제지의 광고는 처음부터 효과가 그리 많지 않았다. 2년여 동안 게재해 봤지만 효과가 없어서 그 이후로는 어디에도 광고는 전혀 내지 않았다.
요즘 업체들의 프로모션이 초미의 관심사다. 사업이 잘 안되니까 프로모션을 강화하려는 전략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 언급한 바, 광고는 기사에 비해 효과가 거의 없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5단통도 부족해서 내친김에 전면광고를 해 대기도 하지만 실효성은 없다.
그렇다면 기사는 어떤가? 방송 3사(KBS, MBC, SBS) 어디에 나가도 90년대의 10분의 1도 안된다. 물론 창업테마가 주로 오전시간대에 방송되는 교양프로그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9시 뉴스나 인기 오락프로그램의 꼭지로 들어가지 않는 한 별다른 효과가 없다. 공중파의 한 프로그램에 방송됐던 어느 프랜차이즈 업체에 걸려온 전화는 불과 4통. 그것도 가맹계약과 연결된 것은 단 한건도 없다.
그렇다고 조중동에 나가면 효과가 클까? 그렇지 않다. 언급한 바, 이미 매체의 피드백 효과는 바닥인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체에 기사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노출빈도가 높을수록 브랜드의 인지도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노출 전략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통상 광고는 연속 게재할 경우, 약 6개월 후쯤 효과가 나타난다. 그만큼 롱텀(long term)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만만찮다. 하지만 업체들은 즉시 효과를 보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지금도 지면을 보면 몇몇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광고를 해대는 경향이 많은데 참으로 걱정이다.
기사는 어떤가? 광고에 비해 돈도 안 들고 효과도 좋기 때문에 당연히 이 방법이 좋다. 하지만 기사 역시 상업적으로는 반짝 효과 이외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광고에 비해 신뢰도가 높고 가치로 보면 비교가 안 되지만 단지 가맹계약만 염두에 둔다면 기대 이하의 결과로 쓴웃음만 나올게 뻔하다.
이제 프로모션의 방법을 바꿔야 할 시기다. 90년대 후반에는 스팸광고가 인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스팸을 잘못 보냈다가는 벌금을 내야 한다. 더군다나 네티즌들은 스팸을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전단지와 같은 맥락이다. 10여년 전에는 전단지의 효과가 100대 1이었다. 100장 보내면 한명 꼴로 전화가 온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은 1000대 1도 안된다. 전단지가 이미 구물임을 입증한 셈이다.
그렇다고 현수막을 내 걸 수도 없다.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영리사업에 허가를 내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라면 한 상자 사다주면 눈감아 주고, 파출소에에도 야참 좀 시켜주면 어지간한 잡음은 모른 척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민의식이 높아졌고 동종사업자의 견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PPL(Product Placement)이 유력한 프로모션 수단이었다. 탐 크루즈가 주연한 케스트어웨이(Cast away)에 협찬한 페덱스, 스타벅스가 협찬한 유브갓메일, 드라마 속에서 주무대가 된 베스킨라빈스는 전지현 덕분에 200억원의 매출증대 효과를 봤다. 이후 PPL은 방송광고심의위원회의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간접광고 투성이다. 이제 그 효과도 점차 반감되고 있는 추세다.
요즘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광고부족으로 적자로 돌아선지 오래다. 신문지면은 줄어들고 있고 방송은 외주제작업체들이 협찬을 받아만 오면 방송해 줄 정도로 심각하다. 거꾸로 생각하면 광고효과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효과만 있으면 앞 다퉈 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프로모션 전략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인쇄매체에서 온라인 매체로 이동하고 있고, 이성마케팅에서 지성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 프로모션 기법은 다양하게 많다. 누가 어떠한 매체와 컨셉으로 시도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이 바로 고정된 프로모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형석(hslee@businessun.com)
비즈니스유엔 대표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