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폭스, 800억달러에 인수 제안...타임워너 거부
호주 출신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21세기폭스가 타임워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1세기폭스는 지난달 타임워너에 800억 달러(약 82조3600억원)를 제시하고 인수를 시도했지만 타임워너 이사회가 거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회사는 제안서에서 인수액의 60%는 주식, 40%는 현금으로 구성하고 타임워너의 주식 1주당 1.531주의 자사주와 32.42달러의 현금을 지급할 뜻을 밝혔다. 또 당국의 반독점 우려를 고려해 타임워너의 뉴스채널 CNN을 매각 또는 분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폭스는 양사가 합치면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실사 결과에 따라 절감 규모가 15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미디어업계는 일대 지각변동을 겪을 전망이다. 또 컴캐스트가 타임워너케이블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케이블을 포함해 미디어업계의 기존 인수·합병(M&A) 전략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브렛 해리스 가벨리앤드컴퍼니 애널리스트는 “케이블네트워크를 더욱 많이 보유한다는 것은 배급업자 입장에서 협상 능력을 키울 것”이라면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1세기폭스는 타임워너가 보유한 TNT를 비롯해 TBS 등 케이블 네트워크와 프리미엄 채널 HBO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기존 무비스튜디오와 방송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체이스 캐리 21세기폭스 대표는 지난달 제프 뷰크스 타임워너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수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워너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회사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21세기폭스와의 협상에서 자사의 주주들이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머독은 앞서 지난해 자신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을 신문·출판을 담당하는 뉴스코프와 영화와 TV사업을 담당하는 21세기폭스로 분사했다. 뉴스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우존스뉴스와이어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IT업계 대표기업이 미디어업체 인수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방송산업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매출 다각화를 추진하는 IT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온라인 방송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3대 방송사에서 앵커로 활약한 케이티 쿠릭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날 21세기폭스의 인수 제안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타임워너의 주가는 오전 11시 현재 17% 급등한 82.77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21세기폭스의 주가는 3.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