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 크롬엔터테인먼트, 크레용팝 소속사를 넘어 전문 연예기획사로

입력 2014-07-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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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조금은 작다 싶다. 하지만 설립된 지 2년이 갓 지난 신생기획사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작은 편도 아니다. 서울 강남 논현동의 어느 한 골목, 하얀 글씨로 ‘크롬엔터테인먼트(Chrome Entertainment)’라고 새겨진 파란 띠의 간판을 화살표 삼아 내려가면 크롬엔터테인먼트(이하 크롬)의 모든 것이 담긴 장소가 펼쳐진다.

로비를 지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있어야 할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알찬 모양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녹음실과 안무 연습실, 사무실, 접견실, 식당까지 필요한 구색은 다 갖췄다. 2년 전 처음 크롬을 설립했던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게 별로 없다. 크롬은 외부 아웃소싱을 줄여 중복 지출을 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시작했다.

3년 전 같은 장소에는 파란 색에 동일한 폰트로 ‘크롬스튜디오(Chrome Studio)’라는 문구가 새겨졌었다. 크롬의 수장 황현창 대표는 크롬스튜디오를 운영해오다 2012년 6월 크롬엔터테인먼트를 돌연 설립했다. 홀로 크롬을 올려 세웠기 때문에 자본금이라고 명명할 정도의 돈을 쥐고 시작하지 않았다. 기존 사업체인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고가의 장비를 처분하면서 손에 쥔 돈과 함께 필요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크롬은 설립과 함께 걸그룹 크레용팝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대중은 ‘빙빙’과 ‘새러데이 나잇(Saturday Night)’ 등을 부르는 크레용팝을 그저 그런 걸그룹 중 하나로 치부했다.

그래서 누구나 상상은 하지만 차마 시도하지 못하는 걸 도전했다. 일종의 오기였다. 걸그룹 크레용팝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커다란 이름표를 몸 위에 붙였다. 지난해 6월 ‘빠빠빠’를 발표한 크레용팝은 직렬 5기통 춤을 추며 전국에 ‘빠빠빠’ 바람을 일으켰다.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수많은 패러디 영상을 탄생시키며 소위 말해 대박을 쳤다.

▲크레용팝(사진=크롬엔터테인먼트 제공)

‘빠빠빠’의 성공 이전, 크롬의 연매출은 1000만원을 겨우 넘는 정도였다. ‘빠빠빠’의 성공으로 손익분기를 넘어서기 시작, 10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쌀이 없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힘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돈을 손에 거머쥔 것도 아니다. 황 대표는 “이제 당기순이익이 나기는 하지만, 가요 기획사 경우 음반제작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그저 다음 앨범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에 감사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위기도 있었다. 일베 논란과 함께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광고와 행사가 취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를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아티스트와 회사 간의 결속력과 단합을 확인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의 어려움을 겪으며 단단해진 크롬은 규모를 계속 키웠다. 처음에는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다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6월 법인으로 전환했다. 크롬 수익모델의 대부분이 크레용팝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다른 아티스트도 꾸준히 기획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남자아이돌 가물치(K-MUCH)를 내놨고, 지난달에는 남성 듀오 짠짠과 걸그룹 단발머리를 대중에 선보였다. 연기자도 키우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KBS 2TV ‘하이스쿨: 러브온’에 단역으로 출연한다.

(사진=크롬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대사업도 준비 중이다. 아카데미 쪽과 콘서트 공연 기획과 함께 해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크롬은 일본 도쿄 지사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크레용팝이 데뷔 때부터 일본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일본 시장을 먼저 공략할 생각이다.

크롬은 한류가 진행 중인 나라와 더불어 이제 막 한류 붐이 시작되는 그리스나 튀니지, 요르단 등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최근 크레용팝은 중동 요르단의 팬들과 화상채팅으로 팬미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크레용팝을 접한 팬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응한 것으로, 크롬은 앞으로 미개척 해외 시장에 진출해 공연 기획과 팬미팅 등을 추진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소니뮤직과 최초로 레이블 계약을 했다. 이번 계약으로, 크롬과의 전속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크롬은 타사에 소속된 아티스트나 자유계약(FA) 아티스트의 앨범 기획·제작 및 음반·음원 유통을 할 수 있게 됐다. 크롬의 사업 다각화 전략 중 하나다.

앞만 보며 달려온 크롬은 이제 한숨 돌리며 일보 후퇴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시류에 휩쓸려 상장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초창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내실을 다질 때라고 판단했다. 상장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압도적이다. 음반 제작과 자사 아티스트의 입지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아티스트의 인지도가 상승하면 회사의 규모는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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