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1년이 된다. 며칠 전 증권사 직원과 이야기를 하다 규모가 큰 곳은 사정이 낫지 않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개정안 통과 당시 금융투자업계는 크게 반겼다. 대형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등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중소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경쟁에 따른 ‘제 살 깎기’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11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대표적인 것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다. IB 활성화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그에 따른 규제는 그대로 가져갔다. 증권업계에서 NCR 규제 완화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올 4월 증권회사 NCR 산출 방식을 필요 유지자본 대비 영업용순자본 비율로 변경하고 적기시정조치 기준은 기존 150%에서 100%로 낮췄다. 법안 통과 후 6개월이 지나서야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이 기대했던 신용공여 업무가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IB 활성화 방안뿐만 아니라 신평사에 대한 규제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신평사가 다른 신평사와 면담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거나 평가와 관련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수령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3대 신평사는 높은 등급을 미끼로 수주를 받으며 ‘등급 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들에 징계를 내리고 ‘순환평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각종 활성화 방안이 나오지만 여전히 증권업계가 분투 중인 원인을 증시침체로만 돌리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행보는 신중함보다는 서툴다는 인상이 더 크다. 자본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규제 완화가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