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백화점 2위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공시상 매출액으로는 신세계가, 취급고로는 현대가 각각 앞서기 때문이다. 또 매출액 산정 기준 자체가 다른 것도 논란을 부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은 1조5437억원, 현대백화점은 1조1267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법인이 다른 광주신세계 매출 2066억원을 합친 신세계백화점 매출 역시 1조7503억원으로, 현대백화점 중동ㆍ무역센터ㆍ목동ㆍ킨텍스점을 운영하는 한무쇼핑 매출 4931억원을 포함한 현대백화점 매출 1조6198억원을 앞선다.
그러나 속사정을 뜯어보면 조금 다르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에는 이마트 일부 지점 매출이 합산돼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지하에 입점한 이마트 인천점ㆍ광주점은 이마트 프랜차이즈 점포로, 법인이 이마트가 아니라 신세계로 돼 있어 매출이 신세계백화점에 잡힌다.
온라인 매출 역시 마찬가지다. SSG닷컴의 신세계몰 매출이 백화점 매출에 합쳐지는 신세계백화점과 달리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매출이 현대홈쇼핑으로 포함된다. 지난해 온라인매출은 현대홈쇼핑이 981억원을 공시했고, 신세계몰은 353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법인영업 매출도 현대백화점은 별도법인 현대H&S로 분리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 법인에 포함하고 있다.
결국 순수 백화점 매출만 계산되는 현대백화점과 달리 신세계백화점 매출에는 타 부문 매출이 포함돼 일종의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
반대로 아웃렛의 경우 현대백화점은 매출에 합산하고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사이먼 법인 매출로 들어가지만, 현재 현대백화점이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현대아울렛 가산점은 지난 5월 오픈했기 때문에 지난해 매출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취급고로만 볼 경우 현대백화점이 여전히 신세계백화점을 앞선다. 취급고는 판매된 금액 총합을 의미하며, 매출액은 취급고에서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백화점 회사가 벌어들인 액수를 뜻한다. 지난해 백화점부문 상품매출 기준 현대백화점은 총 1조3951억원을 판매했고, 신세계백화점은 1조2258억원을 팔아 현대가 신세계를 눌렀다.
한편 이같은 순위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신규점포 출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김해점 개점과 올해 센텀시티ㆍ강남점 증축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센텀시티점은 연면적 1만8499㎡이 늘어나며, 강남점은 총 면적이 2배 늘어난 10만㎡까지 커진다”며 “신세계백화점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연매출 8000억원 수준 알짜점포 인천점을 2017년 이후 롯데에 넘겨줄 수도 있는 가능성이 걸린다. 롯데인천개발은 현재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점해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통째로 사들였고,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4월부터 롯데에 매달 임차료를 지급하며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기존점에 더해 올해 김포아울렛, 내년 판교점ㆍ송도아울렛, 2016년 천안점 등 신규점포를 줄줄이 열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판교 알파돔시티 복합쇼핑몰 매출만 연 7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며 “신규점 오픈이 본격화되면 공시상으로도 확고하게 2위 자리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