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소셜 비즈니스’·현대차그룹 ‘기프트카’ 등 단순한 자금지원 지나 자립 프로젝트에 관심
우리 사회에서 기업에 대한 제1의 목적 가치는 여전히 ‘돈을 잘 버는 것’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역할은 크게 변하고 있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한다. 돈이나 물건을 기부하고 자원봉사에 참가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기업이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사회, 아름다운 기업에 어울리는 기업의 역할은 뭘까? 정부나 NGO가 할 수 없는 것,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지금 사회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립하고, 생활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고, 나아가 빈곤과 환경문제 등의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그라민 레이디’, 그녀들은 누구일까? 그라민 레이디는 그라민은행에서 융자를 받은 채무자이기도 하다.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 최대 마이크로 신용기관으로 실업과 빈곤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담보로 융자를 해준다. 그 채무자들 중에서 유니클로의 소셜비즈니스에 참가하고자 지원한 여성이 바로 그라민 레이디들이다. 그녀들은 유니클로 방글라데시에서 만든 옷을 방문 판매한다. 이외에도 고객의 의견을 다른 스태프와 공유해 상품기획에 활용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함께 사업을 일구어가는 동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니클로는 비즈니스로서 이익을 추구하고 그 이익은 소셜비즈니스에 재투자된다. 방문 판매를 맡는 그라민레이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자립을 도모하는 수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2012년 100명을 넘긴 그라민레이디들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대금과 상품의 관리에도 익숙해지고 수입이 늘어서 즐겁다고 말한다.(유니클로 ‘옷의 힘’발췌)
◇차의 기적… 현대차그룹의 기프트카 = 작년 말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기프트카 시즌4’의 일곱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박용민씨는 요새 하루하루가 즐겁다. 10년 넘게 가전제품 서비스센터에서 일해온 덕에 만능 수리공이란 별명이 붙은 박씨는 현대차에서 기증받은 차로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는 아내와 세 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주변 환경이 많이 어려워졌다. 2년간의 재활치료에 병원비와 생활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었지만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장 수리용 2000년식 트럭은 고장이 잦아 지난해 400만원의 수리비가 지출됐다. 그러나 기프트카의 주인공이 된 후 그는 자립의 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기프트카 주인공으로 선정되면 현대 포터, 기아 봉고, 현대 스타렉스, 기아 레이 등 차량 중에 창업계획에 가장 적합한 차종을 지원받는다. 차량 등록에 필요한 세금과 보험료도 최대 250만원까지 현대차그룹이 부담한다. 또한 500만원 상당의 창업자금과 마케팅 지원, 창업자금 저리 대출 등 창업을 위한 종합적인 프로그램도 제공받는다. 현대차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기프트카 캠페인(Gift-car.kr)’은 업종의 전문성을 살린 시도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았다. 올해 5회째로, 2012년 30대, 지난해 50대의 기프트카가 각각 주인을 찾았다.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도 단순한 물품 제공 활동을 떠나 수혜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에 가장 힘을 쏟는 기업 중 하나다.
◇CSR가 CSV가 될 때… 세상이 바뀐다 = 최근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래머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통해 발표한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의 비즈니스와 사회적 가치를 융합하는 것은 CSV의 핵심 요소다. 넓게 봐서 유니클로와 현대자동차의 기프트카의 사례는 CSV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정부, 비정부 조직들 역시 CSV를 핵심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CSV의 비윤리적인 모습이 나타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CSV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극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과 사회가 공생할 수 있는 가치 찾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 기업들의 여러 활동을 바라보면서 향후 CSR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