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사내유보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문제

입력 2014-07-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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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세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했다. 그동안 사내유보금 과세를 애기했는데 기본철학은 같다. 배경은 그동안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법인세율 인하효과를 투자 대신 현금보유로 즐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사내유보금 과세, 기업소득환류세제라는 논리적 연결고리를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상대한 현실 인식의 문제가 있다.

우선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기업투자가 증가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조세정책과 기업투자 간 관계는 재정학계에서 1960년대부터 활발하게 연구되었다. 이른바 신고 전 투자이론(neoclassical investment theory)이다. 이때 조세정책은 법인세율뿐 아니라 감가상각제도, 투자세액공제 등을 포함한다. 종합적으로 조세정책은 기업투자에 효과가 있다는 이론 및 실증적 결론이다. 조세정책은 기업의 투자비용을 감소시키므로, 투자 증가로 이어진다는 이론으로 수요법칙과 같은 논리다. 그런데 한국은 법인세율을 인하했는데, 왜 투자가 증가하지 않는가. 신고 전 투자이론에서는 다른 경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조세정책의 변화 효과만을 본 것이다. 그러나 기업투자는 조세정책뿐 아니라 다른 많은 정책들에 의해 결정된다. 국외 요인으로 세계 거시경제 환경이 중요하며, 국내 요인으론 노동여건,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반기업 정서, 기업을 죄악시하는 정치권 등이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투자가 결정된다. 따라서 법인세율만을 인하했다고, 기업투자의 증가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사고다. 이론적으로 유추해보면, 법인세율 인하 효과는 한계적으로 작동한다. 즉 법인세율 인하가 없었다면, 투자 감소폭이 줄어들었을 것을 법인세율 인하로 한계적으로 막았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기업환경을 생각해 보자. 법인세율은 인하했지만, 정치권에서 기업을 억누르는 경제민주화 법률을 경쟁적으로 양산했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하지만, 다른 부정적 요인으로 인해 그 효과가 상쇄해 결과적으로 기업투자로 연결되진 않는 것이다.

정부는 법인세율 인하 효과를 기업의 현금보유액 증가로 진단했다. 그래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했다. 물론 지금은 사내유보금란 용어 대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사용하지만, 기본인식에는 변화가 없다. 사내유보금은 회계상 전문용어다. 전문용어는 반드시 그 의미를 공부해야 한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이익액을 회계상으로 분류하는 용어일 뿐이다. 여기서 기업은 투자하고, 일부는 현금으로 보유한다. 전체 사내유보금에서 80% 정도는 이미 투자되었고, 15% 정도는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는 회계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정책이다. 정책입안자들에게 사내유보금이란 용어보다 ‘미배당유보금’으로 바꿔서 애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현금보유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게 올바른 정책인가. 기업이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는 마치 개인 및 가계도 경조사, 가족의 입원 등 미래의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예금하는 것과 같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크기 때문에 현금보유액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따라서 대기업의 현금보유액이 높은 이유는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투자는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

기업투자에는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 정부도 답답하겠지만, 기업투자는 자생적인 결정에 맡겨야 한다. 기업투자는 기업의 생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스스로 합리적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로 기업행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정부의 사고로는 절대 경제를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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