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실효성?부작용 논란에도 인기… 제약업체 다양한 제품 출시 ‘불꽃경쟁’
비만치료제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제약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부작용과 실효성 논란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해피드럭’ 시장에서는 성형 관련 의약품과 함께 황금알을 낳는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성인 남녀 비만율은 2008년 20.6%에서 2012년 23.7%로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 비만율과는 관계 없이 스스로를 비만으로 생각하는 인구가 40%에 달했다. 특히 여성의 실제 비만율은 16.5%였지만 자신을 비만이라고 여기는 여성은 41.6%로 나타났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만 약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조3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일반의약품(OTC)이 1조원, 건강기능식품이 1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의약품(ETC)도 2010년만 해도 3200억원가량의 시장규모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문의약품에서 점유율 1위이던 시부트라민제제 ‘리덕틸’이 심혈관 부작용 문제로 퇴출당하면서, 전문의약품 시장규모는 사실상 1000억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절대강자 없는 비만치료제 엎치락뒤치락 = 소위 다이어트약이라 불리는 비만치료제는 절대강자가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시장이다. 그만큼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오르리스타트제제’가 강세를 띠고 있다. 종근당이 수입하는 로슈의 ‘제니칼’이 대표적인데, 이는 소장에서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지방의 30% 정도를 바로 배설하게 해 지방 섭취가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광동제약도 비만치료제 시장의 숨은 강자다. 광동제약은 지난 2004년 국내 최초의 펜터민(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성분 비만치료제 ‘아디펙스’를 출시했다. 이 외에도 아트라진·마자놀·에피온·슬라임 등 비만치료제 제품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펜터민 성분을 포함한 제제로는 대웅제약의 ‘디에타민’, 드림파마의 ‘푸링·푸리민’, 휴온스의 ‘휴터민’도 있다. 이들 제품은 연매출 10억~20억원대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몸에 열 생성을 촉진해 체지방 분해를 돕는 열생성 촉진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에페드린과 카페인 성분이 든 제품들이다. 한방에서 비만치료제로 쓰는 ‘마황’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심혈관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다.
또 간질 치료제 ‘토피라메이트’ 제제는 몸의 에너지 소비를 늘려 몸무게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비만약으로도 쓰인다.
◇천연물로 부작용 줄여라 = 일부 비만치료제는 다른 약에 비해 부작용이 심하게 일어날 수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 이에 천연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중해 주위에 서식하는 멜리사(레몬밤) 잎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바이오업체 안지오랩으로부터 도입한 ‘ALS-L1023’이라는 약물로, 지방조직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혈관을 차단해 내장 지방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한미약품 측은 비만환자에게 12주간 투여한 결과 내장 지방이 15% 감소하는 효과가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다고 설명한다.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광동제약 역시 연필향나무에서 추출한 세스퀴테르펜계 화합물을 성분으로 하는 ‘KD101’ 물질로 다이어트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몸에 열을 발생시켜 자연스럽게 지방이 연소되고 지방세포의 분화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 이 물질에 대한 1상 임상 승인을 허가했다. 광동제약 측은 2019년쯤 신약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근당은 순수 토종 기술만으로 ‘CKD-732’라는 물질을 만들어냈다. 사실 이 물질은 당초 항암제로 개발 중이었는데, 지난 2009년 비만치료 효과가 발견되면서 비만치료제로 연구 방향을 틀었다. 이 물질은 미국 자프겐사에 기술까지 수출했으며, 최근 호주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업계 안팎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CKD-732’는 체내에 있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토록 하면서 살을 빼는 역할을 한다. 임상1상시험 결과 고도비만 환자에서 1개월에 평균 4kg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이 신약은 희귀질환의 일종인 유전성 비만에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이 시판 허가를 받으면 종근당은 자프겐사와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말 비만치료제 ‘벨비크’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미국 아레나제약이 개발한 벨비크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로부터 13년 만에 체중조절제로 허가받았다.
이 제품은 뇌에 존재하는 ‘세로토닌 2C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포만감을 증대, 음식 섭취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 현재 임상 3상 막바지인 벨비크는 이르면 올 하반기 출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