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이렇습니다. 홈플러스는 수년 전 수천만원짜리 경품을 내걸고 이벤트를 벌였지만 정작 경품을 당첨자에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경품 행사에 나온 외제 차량은 이벤트에 응모하지도 않은 홈플러스 직원의 친구에게 돌아가 현금화됐고, 다이아몬드 반지는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더 황당한 건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반지는 국내에 한 번도 수입된 적이 없는 제품이라는 겁니다. 홈플러스가 애초부터 경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한 건 아닌지 의혹마저 듭니다.
더구나 홈플러스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도 팔았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습니다. 경품행사 응모권에 기재된 고객의 개인정보를 1건당 2000~4000원을 받고 보험사에 넘겼다는 겁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홈플러스는 뒤늦게 사태 수습에 들어갔습니다. 2011년 이후 진행한 행사에서 경품을 받지 못한 당첨자들을 다시 접촉해 경품을 전달에 나선 것은 물론, 추첨을 조작한 보험서비스팀 직원 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문자 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대한 염려로 당첨 고지에 대한 응답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경품이 지급되지 못했다고 변명을 했습니다. 이승환 회장이나 도성환 사장이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기보다는 직원과 고객 탓으로 돌리는 ‘꼬리 자르기’를 한 겁니다.
기업이 이렇게 나올 땐 정말 당혹스럽습니다. 경품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걸 전화나 문자에 대응하지 않는 고객 탓으로 돌리다니요. 햇수로 5년 동안이나 홈플러스를 취재한 기자로서 참 답답합니다. 홈플러스는 주변에서 이 사건을 두고 ‘홈플러스답다’고 회자할 때 자신들이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곰곰이 되짚어봐야 합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올 7월 납품업체에 공문을 발송해 내년부터 판매 마진을 1.5%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도 그렇고, 지난 6월 홈플러스 대구 충주시 성서점에서 입점업체 직원을 수시로 냉동창고에 감금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협박을 가했다는 주장도 마찬가집니다.
협력업체에 홈플러스 상품권을 강매했다는 논란은 매년 제기되는 단골 메뉴로 이젠 식상하기까지 합니다. 2010년 이승한 회장이 자서전인 ‘창조바이러스 H2C’를 출간했을 때 행사장에는 ‘책 주문서’가 비치됐습니다. 이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강매’ 논란으로 결국 이어졌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기업 주변에서 항상 잡음이 끊이지 않는 건 기업문화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홈플러스에 지금 필요한 건 거창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잃어버린 것을 뒤돌아 보는 ‘성찰’입니다. 물건을 팔아준 고객과 자신을 도와준 협력업체의 존재의 소중함을 잊는 것은 ‘유통’이라는 업의 본분을 근본부터 망각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