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규모 큰 미국 소송 집중…일각에선 화해 수순 돌입 관측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외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을 제외한 9개 국가에서 애플과 진행 중인 모든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다만 이번 합의가 양사의 특허 라이선싱 협의와 관련한 것은 아니며 미국에서의 특허소송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특허 소송은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호주 등 9개 국가로 소송전이 확대되면서 양사는 3년 넘게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외 국가에서 모든 소송을 철회한 이유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배상 규모가 큰 미국 소송전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제품 및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3년간 끌어온 특허 소송을 마무리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소송을 진행 중인 경우 배상금이나 분쟁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부터 소송을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즉 이번 양사의 소송전 축소가 결국 미국 소송 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바른 국제특허법률사무소 정용재 변리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이번 합의는 미국 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허 소송도 어느정도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양사의 모든 소송을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화해모드는 일찍이 감지됐다. 양사는 지난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정에 대한 항고를 나란히 취하했고, 애플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1차 소송의 항소를 취하한 바 있다. 또 양사는 지난 2년 간 세계 어느 법원에서도 추가 소송을 벌이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가 미국 1차 소송 항소를 쉽게 취하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1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1심 법원은 지난 3월 1차 ‘애플-삼성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고 삼성전자에게 9억3000만 달러(약 9900억원)를 애플에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23종에 대해 제기한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은 기각했고 이에 애플은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다만 미국 1차 소송의 항소심은 곧 열릴 예정이고, 양사가 2차 소송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은 올 4월 시작된 특허 침해 2차 소송에 대한 재판부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5월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양측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며 ‘쌍방 일부 승소’ 평결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