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뮤지컬 시장, 성장통 앓는 중…전문가들 “뮤지컬 위기 아냐”

입력 2014-08-07 08:17수정 2014-08-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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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작사의 임금 체불로 1회 공연 취소를 겪었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사진=뉴시스)

‘핑크빛 환상’과 ’장밋빛 미래’에 젖어있던 국내 뮤지컬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위기 상황까지 몰리며 호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내 뮤지컬계는 지난 10년 동안 1000억원에서 3000억원대의 규모로 외연을 확대하는 등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작년 한해 평균 2500편의 작품을 올릴 정도로 성장해 연극, 오페라 등을 제치며 공연산업의 맹주로 자리잡았다.

외형의 성장을 거듭하며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았던 국내 뮤지컬 시장은 최근 대형 제작사 뮤지컬해븐의 법정관리 등 일부제작사의 추락, ‘두도시 이야기’같은 배우 출연료 미지급으로 인한 공연 펑크, 세월호 참사 직격탄으로 인한 불황 등으로 뮤지컬계가 좌초할 위기에 봉착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 설도윤 회장은 “최근 제작사들이 말은 못 하고 있지만 냉가슴을 앓고 있다”며 뮤지컬의 위기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외형 성장에 가려 알려지지 않은 한국 뮤지컬의 부실과 병폐가 최근들어 속속 드러나며 위기상황이 심화된 것이다. 한국 뮤지컬의 부실과 병폐는 약 10%의 로열티를 지불해야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에 대한 높은 의존성, 시장규모를 고려하지 않는 뮤지컬의 ‘묻지마’ 제작관행, 캐스팅이 몰리는 특정 스타의 천정부지 몸값 상승, 비싼 티켓 가격으로 인한 관객의 정체현상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였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양대 문화예술경영학과 이관준 교수는 “제작사들의 묻지마식 공연 몸집 키우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 이후 대형 라이선스 작품의 장기 공연 전략을 흥행의 정석처럼 여겨왔다. 결국 최근에는 작품 공급이 늘어나 흥행성을 전처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이는 대형작품의 장기공연을 통해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으려는 기존 제작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로 이어졌다.

여기에 점차 상승하는 라이선스 로열티와 대관료, 스타 개런티으로 인해 제작비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반면 관객은 증가하지 않고 정체를 보여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차기작까지 담보 잡아 투자금을 운용하는 제작사 관행까지 생겨나 작품 공급을 조절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설도윤 회장은 “제작사들이 기업으로부터 공연투자를 받기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제도권 은행에서 밀려나 결국 악성 고리대금업자에게 대출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9일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공연 직전 돌연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제작사 비오엠코리아 최용석 대표역시 “일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출연료와 임금지불이 지연됨에 따라 정상적인 공연이 이루어질 수 없기에 결정됐다. 최근 공연계가 어렵다는 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중에는 최근의 현상을 뮤지컬 위기가 아닌 시장 전반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분명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부실과 병폐의 원인을 제거하면 튼실한 뮤지컬 산업을 구축할수 있다는 주장이다.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는 “한국 뮤지컬을 위기라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성장을 거듭하기 위한 분갈이가 필요한 시기”라고 전제하며 “높은 티켓값과 대극장을 고집하려는 태도를 버림으로써, 고급문화로 치우쳤던 뮤지컬의 관객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또한 스타 몸값에 대한 제작사들의 합리적 카르텔도 고려할 만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청강대 뮤지컬과 이유리 교수는 “뮤지컬 업계 종사자들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체계화된 비즈니스 마인드로 전환해 산업 규모에 걸맞은 대응과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유리 교수는 “창작극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제작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 마련이 요구된다. 과거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뒷받침을 통해 국내 영화 산업이 발전을 도모했듯, 공연통합전산망 실용화를 비롯한 산적해있는 뮤지컬 산업의 과제를 구체화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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