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역할에 분주할 법도 하지만 결국 길은 하나로 통해 있다. 중국과 홍콩 등에 빼앗긴 해외 수출 물량을 찾아오는 것은 국내 섬유산업계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결국 해외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영원무역의 목표와 맞닿아 있어서다.
2012년은 성기학 회장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해였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영원무역이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수출 전초 기지 방글라데시에서 총 수출액 5000억원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20% 늘어난 6000억원을 돌파했고, 이런 추세라면 3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넘기는 데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방글라데시 수출이 의미를 갖는 건 대부분의 패션업체들이 중국으로 눈을 돌릴 때 영원무역의 미래를 책임져줄 생산기지로 성 회장이 선택한 ‘신의 한 수’였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성 회장은 한국이 쿼터제로 인해 수출 물량을 더 이상 크게 늘리기 힘들다고 판단. 1980년부터 방글라데시 개척에 주력했다. 방글라데시는 1974년 영원무역을 세원지 6년 만에 진출한 곳이자, 현재 현지 법인만 17개나 될 정도로 30년간 공 들인 곳이다.
영원무역은 미국과 유럽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방글라데시 생산 물량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글라데시 생산기지는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2017년 1조원 시대도 멀지 않아 보이는 것도 영원무역의 최대 시장 미국과 유럽에서의 주문이 폭주하면서 최근 증산을 마친 방글라데시 공장이 풀가동되고 있어서다.
방글라데시 수출 1조원 목표가 달성되면 영원무역의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영원무역은 2017년 매출 2조원대 진입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조1000억원의 매출 보다 90%가 넘는 수치다. 영원무역은 올 상반기 56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증가한 것으로, 전년 -3%의 부진한 기록과 비교하면 2조원 장밋빛 전망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전망이다.
최근 성 회장은 섬산련 회장을 맡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올해 15회 째를 맞은 섬유 박람회 ‘프리뷰 인 서울 2014’를 개최했다. 앞서 열린 섬유패션업계 최고 경영자 간담회에선 섬유패션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정부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성 회장이 섬산련 회장직을 처음 고사할 때 ‘해외 공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선진시장 수출에 올인하고 있는 중”며 “성 회장의 이런 노력은 결국 국내 패션업계의 위기 탈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