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ㆍ사측 임금협상 타결
현대자동차 노사가 진통 끝에 29일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했다. 내달 1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이 가결되면 조인식을 거쳐 임금에 반영된다.
현대차 노사는 29일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3차 교섭에서 정회와 휴회를 거듭한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 3일 상견례를 시작한 뒤 119일 만이다.
현대차 노사는 최대 쟁점이던 통상임금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 소송결과에 따르되 개별기업 차원이 아닌 산업 전체와 국가경제 측면을 고려해 거시적ㆍ종합적으로 접근, 노사 자율로 논의키로 합의했다.
노사는 임금 9만8000원 인상, 성과금 300%+500만원, 품질목표달성 격려금 150%,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70만원 지급,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만 60세 정년 보장 등에 합의했다.
조인식을 거치면 현대차 노조원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받지 못했던 파업기간의 월급보다 더 많은 성과금과 격려금을 받게 된다. 또한 기본급이 인상됨에 따라 각종 수당도 부수적으로 인상된다.
현대차는 20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의 연봉은 1억원이 넘지만 기본급은 200여 만원으로 기본급이 낮아 수당 비중이 크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현대차 노사의 이번 임금협상 잠정합의는 유사한 상여금 지급 형태를 지닌 다른 기업의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현대차 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에 대해 고운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이투데이의 조사 결과, 국내 10대그룹 중 상장사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급여를 주는 곳은 현대차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74곳이 지난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급여총액은 43조 642억원으로 집계됐으며 평균 6200만원의 1인당 급여를 지급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의 5개사가 10위권 내에 올랐고 SK그룹이 2개사, 현대차그룹이 3개사를 상위 10위에 올렸다. 상위 10개사의 평균 연봉은 8900만원에 달했다. LG그룹, 포스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롯데그룹은 상위권에 1개사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상장사들은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연봉이 7800만원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상장사 7곳 모두 조사대상 상장사 평균 연봉(6200만원)을 웃돌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중 가장 연봉이 많은 곳은 현대차와 기아차로 평균 9400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제철(8100만원), 현대위아(7100만원), 현대하이스코(6700만원)가 뒤를 이었으며 현대글로비스가 62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10대 상장사의 연봉 통계는 최근 몇년간 매년 현대차 노조와 사측의 임금협상 후, 그 영향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는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한 가운데 노조의 과도한 내식구 챙기기가 현대차의 경쟁력에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섞였다.
올해 현대차 노조와 사측은 임금협상에서 생산성 향상과 완벽한 품질이 고품질ㆍ고부가가치 차량 생산으로 이어진다는 데 공감하고 향후 국내 공장의 생산물량 확보, 직원 고용안정,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 임금협상에 울산지역 시민들은 "지역 대표 기업인 현대차의 노사 갈등은 직·간접적으로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노사 갈등을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갈등보다는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10월 1일 실시할 예정이며, 합의안이 가결되면 다음 주중 임협 타결 조인식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