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판매가 크게 나쁘지는 않은데, 실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과실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국내 대표 광공업 생산인 자동차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 연초만 해도 판매가 크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경기 회복세는 미약했고 해외에서는 엔저(엔화 약세)가 국내 자동차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는 더 팔고도 덜 벌고 있다. 이 회사는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서 249만583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부문별로는 내수 판매가 6.2% 늘었고 국내생산 수출은 5.1%, 해외생산 판매는 3.7%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줄었다.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4조2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4조4016억원을 기록, 작년 동기 대비 0.3% 줄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준 것은 엔저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가치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09엔대까지 떨어졌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엔저를 무기로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에서 가격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 업체에 밀려 지난달 미국 시장점유율이 7.9%로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 신형 ‘LF쏘나타’와 신형 ‘제네시스’를 선보인 것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점유율 하락은 일본업체의 공세가 그만큼 거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아차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50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조980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기아차 역시 현대차처럼 상반기 판매(154만7123대)가 전년 동기보다 7% 늘었지만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4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8~9월 노조가 임금협상을 놓고 파업에 나서면서 벌써 1조원이 넘는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노조의 파업 영향으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 이상 낮아진 1조9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는 계절적 성수기인 3~4분기 줄곧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입차 공세가 더욱 거세지는 것도 국내 완성차업체의 4분기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입차는 올해 8월까지 국내에서 12만8817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보다 무려 24.6% 판매량이 뛰었다. 수입차의 판매 성장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가팔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