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민첩해지고 집중할 필요 있어”…분사 이후 M&A 대상될 수도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에 분사 열풍이 불고 있다.
노턴 안티바이러스로 유명한 시만텍이 9일(현지시간) 자사를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 스토리지 두 개 부문으로 쪼개고 나서 새로 설립될 두 회사를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만텍은 이날 성명에서 “전반적인 사업에 대한 검토를 거친 결과 더욱 민첩하고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분사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월 시만텍이 JP모건체이스를 고용해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회사를 방어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사항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이클 브라운 시만텍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보안과 정보관리 부문에서 모두 이기려면 서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분사는 각 사업에 유연성을 제공하고 성장과 주주가치 강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은 보안 부문을 유지할 시만텍의 사장과 CEO를 역임하고 토머스 세이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자리를 유지할 예정이다. 존 개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새로 분사할 스토리지 부문을 책임지게 된다. 회사는 내년 말까지 분사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잇따라 분사 계획을 발표했다. 이베이는 지난달 30일 전자결제 부문인 페이팔을 분사한다고 밝혔다. 휴렛팩커드(HP)도 이번 주초 회사를 PCㆍ프린터와 기업 하드웨어ㆍ서비스 등 두 개 부문으로 나눌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만텍도 지난 10년간 사업 영역 확장을 통한 성장을 추구해왔으나 벽에 부딪히자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회귀하려 한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이번 분사가 새로운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EMC와 HP가 분사된 시만텍 사업부 인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퍼시픽크레스트증권의 롭 오웬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사로 시만텍이 적어도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그러나 제품 구성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회사는 분사된 기업 중 하나를 매각 대상으로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만텍 주가는 지난 1년간 5% 하락했다. 이날 분사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1.8%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