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고) 신해철의 진료기록부가 공개된 가운데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주목된다.
국내 유명 위장관질환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아 고인의 주요 진료기록을 날짜별로 살펴본 결과 신해철은 지난 2012년에 위밴드 수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해철이 10월17일 복통과 마비성 장폐색으로 S병원에 입원할 당시 진료기록에 따르면 위밴드 수술은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5년 전이 아닌 2012년에 했고, 이때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이날 복부 수술을 받은 뒤 나타난 복부 통증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흉통 증상은 약간 비전형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직전 심전도를 보면 특별한 이상은 없는 상태로 맥박은 72회로 기록되어 있다.
다음날인 10월18일 S병원 진료기록에는 현재 논란이 되는 ‘위 접는 수술(laparoscopic sleeve gastroplasty)’이 적혀 있다.
고인에게 ‘유착 박리술’을 한 것으로 적혀 있는데 유착 박리술이란 장과 장 사이, 또는 장과 복벽사이의 유착을 떼어내 장폐색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로, 이 수술 중에 장표면이 손상되거나 구멍이 나는 수가 매우 흔하다. 대개 수술 중 상처가 난 장을 꿰매 주거나 심하면 자르는 식으로 치료하고 수술을 마치는 게 일반적이다.
S병원에서는 위 접는 수술을 ‘LSG.laparoscopic sleeve gastroplasty’로 표현했지만, 일반적으로는 ‘sleeve gastrectomy’라고 쓴다. 위 대만부(긴쪽)를 절제해 없애는 수술을 말하는데, 진료 기록만 보면 약간 변칙의 수술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에는 없지만, 밴드를 수술 중에 제거하고 대안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곳 수술부위가 어떻게 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당시 JP(배액관)을 제거하고 퇴원한 것을 보면 환자상태가 나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병원에 따라 방침이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폐색 수술(장관유착박리술) 후에는 물-미음-죽 순으로 먹여보고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 퇴원절차를 밟는다. 대개 5~6일 정도 소요된다. 수술기록에는 물(Sips of water)만 먹은 뒤 퇴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신해철은 10월20일 S병원에 당일 새벽에 이어 재방문했다. 병원 측은 고열이 있어 입원시키고 산소를 투여했다. 그러나 환자가 원해 퇴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런 경우 다음날 반드시 오게 하는 것이 맞을 듯한데 7일치 퇴원 약을 준 것은 이상하다.
S병원의 수술기록지가 빈약하고 수술명에 마비성 장폐색에 대한 복강경 유착박리술만 언급돼 있다. 수술을 어떤 식으로 했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위축소 수술은 왜 필요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이 없다. 밴드를 제거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밴드로 인한 위의 문제가 없었는지도 알아내야 할 부분이다. 이런 기록이 전혀 없이 단순히 유착박리술만 했다는 건 이상하다.
10월22일 S병원 기록에는 흉통으로 타병원 응급실 권유한 기록이 있다. 아마도 흉통이 최고조에 달한 듯하다. 이때 심낭염과 심막 내부의 액체 또는 공기가 심장을 압박하는 심장압전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날 화장실 가다가 주저앉았을 때 부정맥을 동반한 심정지가 발생했는데 진료기록상 처치는 비교적 원활하게 늦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10월22일 서울아산병원 진료기록을 보면 수술 전 CT(컴퓨터단층촬영)에서 ‘위-식도 접합부 부근에서 공기를 포함한 액체성분이 보인다’고 적혀 있다. 이 말은 이 부근의 장이 터져 공기와 장액이 나와 있다는 뜻이다.
수술 전 심낭염 소견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고 따라서 흉부외과 협진수술이 필요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위·식도 접합부는 심한 유착이 있어서 접근이 힘들었고, 무리해서 확인하지 않았다고 돼 있다. 이는 수술 전 내시경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의문이 간다. 수술전 CT에서 좌상복부의 염증이 심하고, 심지어 심낭염이 동반돼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무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 괜찮다고 본 것인지 살펴볼 대목이다.
좌상복부 횡격막이 심한 염증과 하얀 백태로 약해 보였다고 기술된 부분도 앞뒤가 안 맞는 대목이다.
흉부외과에서 심낭막을 천공시키고 배액관을 삽입하였다고 기술돼 있다. 이는 치료적 목적의 인위적인 천공으로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복벽을 닫지 않고 오픈한 채로 수술 종료했다. 이는 환자가 심각한 상황이면서, 동시에 빨리 수술을 끝내야 할 상황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