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통신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본사의 감시감독이 소홀한 다수의 대리점들이 남는 유심칩이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언락폰 가입자를 되돌려보내고 있다. 돈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이통3사의 대리점의 경우 언락폰을 개통해줄 경우 2만~3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언락폰 가입자가 3개월 안에 가입을 해지하면 대리점은 본사에 20만~30만원에 달하는 돈을 뱉어내야 한다. 어떻게든 새 휴대폰을 판매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만든 본사 정책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리점주는 “돈이 안 되는 건 둘째치고, 오히려 20만원이 넘는 개통 수수료를 못받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위험부담은 높고, 일거리만 느는데 누가 언락폰 가입자를 받으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마땅히 돌려보낼 방법이 없는 대리점들은 대부분 “남는 유심칩이 없다”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쫓아내고 있다. 대리점에 유심칩을 많이 둬봐야 판매하지 못하면 재고로 남기 때문에 휴대폰 대수와 유심칩 수를 거의 1:1로 맞춰놓는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대리점주는 “유심칩에 문제가 생겨서 오는 손님부터 임대폰 손님까지 유심칩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유십칩이 휴대폰 기기 대수보다 1.5배 이상은 많아야 하는데 유통구조상 유심칩의 여유분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단통법 이후 언락폰 가입자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피해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아이폰6나 아이폰6 플러스의 경우 해외 직구가 더 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아이폰 계열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나, 이들은 단말기를 구입해놓고도 개통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회사 전체의 문제는 아니나, 일부 지점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유통점 입장에서 언락폰이 수익이 나지 않아 일부 영업점에서 개통해주지 않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며 “가입자 유치로 수익을 내야하는 통신사의 구조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조사결과를 보면, 단통법 시행 1달만에 일평균 중고폰 가입자 수는 5631건을 기록했다. 직전달 2916건에 비해 93.1%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언락폰을 희망하고 있으나, 영업점들이 개통을 해주지 않아 새로운 단말기 구입으로 돌아서고 있다는게 현장 영업자들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