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영 한국SR전략연구소장, 배재대 겸임교수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중요한 전략으로 삼고, 보다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것만큼이나 개인도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릴 때다. 사회적 책임은 아주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살기’의 출발점이다. 사회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만 지우지 말고 우리 모두가 나눠 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사회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착하게 살자거나 남을 돕고 살자고 말은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그 길을 찾아가 보자.
내년부터 우리나라에도 탄소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다. 지구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인데 각 기업에 허용된 탄소배출량을 미리 정하고, 그보다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덜 배출하는 기업으로부터 그 차이만큼을 돈으로 사고파는 제도다. 이렇게 보면 기업만 고민할 주제인 듯한데 실상은 그 반대다.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는 건 인류, 즉 우리 개인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이렇게 사회적책임이란 명분으로 압박하면서 개인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건 ‘사회적으로 살기’와 거리가 멀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여름 전국을 돌며 탄소중립 프로그램 설명회를 가졌다. 개인이나 각종 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스스로 감축목표를 정해 실천토록 하는 게 목적이다. 미국의 사회적기업 테라패스는 지난 10월 계산기를 하나 내놓았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쉽게 측정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차를 갖고 있는 사람이 차량제조사와 모델, 옵션을 입력하면 주행거리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자동 계산한다. 차를 모는 행위로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은 Z세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다. 1995년 이후 출생한 세대를 뜻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특성이 ‘사회적으로 살기’의 모범사례란 얘기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Z세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기업들로부터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 노력한다. 또 실제 행동한다.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자기 얼굴을 찍는 셀피(Selfie)로 선의를 공유하고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본능적으로 동참한다. 착한 행동과 가시적으로 연계된 브랜드를 선호한다. Z세대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겉으로만 친환경인 척하는 그린워시(greenwash)를 싫어한다. 실체도 금세 알아챈다. 그리고 착한 일을 하면서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을 좋아한다. 사회적, 환경적 이슈에 동참하는 브랜드엔 보상을 주고 싶어 한다. 돈 벌 생각이 없다며 자선을 과시하는 기업을 특히 싫어한다. 그들은 또 기후변화나 성평등 같은 이슈만큼이나 빈곤국의 식수, 위생시설 부족을 걱정한다. 환경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Z세대는 일하고 싶은 기업을 고를 때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본다. 그 유명한 매슬로(Maslow)의 5단계 욕구이론으로 보자면 생리적 욕구나 안전 욕구, 사회적 욕구보다 존경과 자기실현(self-actualisation) 욕구를 중시한다.
돈을 벌면서 사회적 미션도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이 주목받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뭔가 거창한 일을 하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시스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을 사회적기업가로 본다. 주변에 비온 뒤 죽순처럼 부쩍부쩍 크고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다 해당한다. 작고 다양한 이슈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개인 모두가 그런 자격을 갖추고 있다.
Z세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도 붙여줄 수 있는 애칭이다. 특성도 미국의 Z세대를 닮아 간다. 그들은 소비하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창업대열에 합류하는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27일 열리는 ‘2014 대한민국 CSR 필름페스티벌’에 와서 ‘그동안의 CSR는 왜 실패했는가’를 이해하고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것은 사회적으로 살기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