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엇갈린 성적표’]기술금융 사활 건 은행권, 종합상황판 만들자 ‘화들짝’ 자율대출 넉달새 12배 ↑

입력 2014-11-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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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에만 中企·벤처 자금대출 4조7000억 기대… 당국 무리한 실적 강요에 은행 재정건전성 타격 우려

‘적격전환대출’, ‘목돈 안 드는 드림전세대출’, ‘재형저축’

정부가 창조금융 시현을 위해 내놓은 정책금융 상품들이다. 그런데 반응이 신통치 않다. 판매 건수가 10건에도 못 미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몇몇 은행들은 ‘오피스텔 구입자금 대출’, ‘주거안정 주택구입 자금 대출’ 등 비인기 상품들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술금융’에서도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기술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초반부터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은행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만을 좇아 상품을 급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리·세금 매력 무(無), 정책금융 상품 외면 = 국회 정무위원회 신동우(새누리당) 의원이 KB국민, 농협,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5대 은행으로부터 받은 ‘정책금융 상품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당국 주도로 만들어진 12개 상품 중 △적격전환대출 △목돈 안드는 드림전세대출 △주거안정 주택구입자금대출 △오피스텔구입자금대출의 판매 실적(건수)은 모두 10건 이하였다.

우선 지난해 4월 정부가 하우스푸어 지원을 위해 내놓은 ‘적격전환대출’은 5개 은행에서 1년6개월여간 7건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총 금액도 8억800만원에 불과하다.

같은해 8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 후속 조치로 탄생한 ‘오피스텔 구입 자금 대출’ 역시 5건에 불과했다. 5개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1억3300만원의 미미한 실적을 남겼다.

세입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목돈안드는 드림전세대출’도 5개 은행을 합쳐 단 2건(6000만원)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특히 정부가 서민, 중산층의 근로자를 위해 18년 만에 부활시킨 ‘재형저축’도 7년 의무가입기간 걸림돌에 지난해 9월 173만9815계좌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A금융사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들은 금리나 세 혜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정책금융 상품들은 시중은행 상품과 비교했을 때 금리차(差)가 크지 않아 상대적 매력이 없다”며 “정부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 실적 부담에 울상 = 정책금융 상품 판매 부진 속에서 기술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기술금융’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1922억원 수준이던 기술금융 대출은 지난달 말 3조5900억원으로 급증했다. 3개월 만에 18배나 불어난 것이다. 이달 중순에는 4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은행 자율대출 실적이다. 제도 도입 초반 2089억원에 불과하던 은행들의 자율 기술금융 대출은 이달 중순 2조5700억원까지 불어났다. 신한?하나?우리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만 7500여개의 중소기업이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혁신성평가 재정립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달부터는 ‘종합상황판’을 가동해 은행별 기술신용 대출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 달리 은행권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반도 마련하지 못한 은행들에게 실적을 강요하다 보면 건전성에 큰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한다’는 얘기다.

B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 성적표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꼴찌’는 면하자는 심정으로 대출에 무리가 있더라도 일단 밀어붙이고 있다”며 “기술금융이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양(量)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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