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는 인사원칙인 성과주의를 지키면서도 사장 승진과 이동 폭을 최소화하는 등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6개월 넘게 입원 중이고,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위기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인사에서 오너가 승진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승진 가능성을 꾸준히 점쳐왔지만,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자녀들이 승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보류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너가 삼남매는 지난 2010년 모두 한 차례 승진한 뒤, 2012년 이재용 부회장 승진, 지난해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승진 등 지난 4년간 2011년을 제외하고 매해 승진이 있었다.
작년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도 부회장 승진자는 없었다. 삼성그룹은 2009년부터 매년 2명의 부회장 승진자를 배출했다. 2012년 이 부회장과 함께 승진한 박근희 당시 삼성생명 부회장(현 삼성사회봉사단장)이 마지막이다.
당초 사업부 통합설로 관심을 끌었던 삼성전자 3대 부문은 그대로 유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DS(부품·소재),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3대 부문으로 사업구조를 개편,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각각 맡도록 했다. 이번 인사에 앞서 일부 주요 외신들은 무선사업부 실적 부진으로 신 사장의 거취를 불투명하게 전망하고, 윤 사장이 통합된 CE와 IT 부문을 이끌 것으로 관측했으나 빗나간 추측에 불과했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 3인방은 자리를 유지하되 권 부회장은 삼성그룹 전체 부품 계열사를 지휘하는 등 역할이 더 커졌다. 그룹 수뇌부인 미래전략실 실장과 실차장, 각 팀장들도 변동 없이 현 체제를 유지한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최근 5년래 가장 이른 시점에 진행됐다. 2010년도 인사와 비교할 때 2주 이상 빠른 인사다. 발표 시점이 점점 빨라지는 것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기업은 대외변수가 많을 때 내년 준비를 서두르는 차원에서 연말 인사를 앞당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전무)은 “경영실적에 따른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경영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재도약을 주도할 인물로 경영진 쇄신에도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오전 9시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사장 승진 3명, 대표이사 부사장 승진 1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11명 규모의 201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김현석 부사장, 전영현 부사장, 삼성디스플레이 이윤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 부사장은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아울러 삼성물산 상영조 부사장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해 삼성BP화학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