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스포츠계를 빛낸 건 스포츠 스타다. 그러나 스타들을 빛나게 한 것은 스포츠팬들이다. 올해만큼 스포츠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해도 없었다.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의 열혈 팬 이성우씨는 미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고, 국내 야구팬들의 ‘팬심’은 각 구단 감독들의 수명을 좌우했다. 특히 프로야구는 4년 연속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스포츠 현장의 주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우먼파워는 더 막강해졌다. 올해는 여성으로 시작해서 여성으로 막을 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상화(25ㆍ서울시청)는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획득했고, ‘피겨 요정’ 김연아(24)는 올림픽 2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은반 위를 떠났다. 박인비(26ㆍKB금융그룹)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3승을 달성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체조요정’ 손연재(20ㆍ연세대)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냈다.
10대 스포츠 스타들의 돌풍도 거셌다. 김효주(19ㆍ롯데)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승을 달성하며 선배 선수들을 모조리 제치고 4관왕에 휩쓸었고, 동갑내기 라이벌 백규정(CJ오쇼핑)은 LPGA투어 비회원으로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내년 시즌 LPGA투어 시드권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가장 많은 10대 스타가 주목받은 대회는 소치동계올림픽이었다. 심석희(17ㆍ세화여고)와 공상정(18ㆍ유봉여고)은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빛 레이스를 함께했고, 김해진(과천고)과 박소연(이상 17ㆍ신목고)은 ‘포스트 김연아’로서 주목받았다.
이승우, 장결희(이상 16ㆍ바르셀로나 후베닐A) 등 유럽파 축구 유망주들은 U-16 챔피언십에 출전해 화려한 개인기와 창의적인 플레이로 축구팬들을 열광케 했다.
무엇보다 음지에서 양지로 거듭난 스타들이 많았다.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운 서건창은 신고선수 출신이고, 시즌 52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3년 연속 홈런왕이 된 박병호(이상 넥센)는 방출 이적 설움을 딛고 일어선 스타다. 일본 사회인 야구와 고양 원더스를 거쳐 LG 트윈스에서 뒤늦게 꽃을 피운 황목치승(30)도 음지에서 양지로 거듭난 스타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