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1990년대 복고 신드롬, 예능형 드라마 트렌드를 파급한 신원호 PD는 본격적인 차기작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최근 영화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우리네 아버지, 부모님 소재가 담긴 대중문화 콘텐츠가 응답을 얻고 있는 가운데, 신원호 PD 역시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저희 드라마가 늘 담고자 했던 부분”이라며 이 같은 정서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특히 신원호 PD는 아버지와 아들 관계의 소재화를 묻는 질문에 “많은 분이 크게 공감할 수 있겠지만, 사실 드라마의 메인 콘셉트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아버지와 아들은 대화가 적고 데면데면하기 때문이다. 부수적인 라인으로 그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신 PD는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돼있는 공동 창작진으로 인해 아버지와 아들의 플롯을 구체화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공감을 기본 축으로 하는 작품 방향과 맞물려 신원호 PD 작품에서는 공동 창작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는 신원호 PD표 작품의 특장점이다.
“예능하듯 7명~8명의 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해서 드라마를 만들었죠. 극본을 짜는 과정부터 우린 모르니까 하던대로 하자는 거였고요. 드라마를 잘 만드는 건 드라마 트루기를 배운 사람이 잘 하겠지요. 다만 저희는 예능 DNA를 갖고, 다르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고 본질로서 갖고 가야하는 겁니다. 닮아가려고 하면 그 때부터 우리 색깔을 잃게 되는 것이니까요.”
신원호 PD는 자신과 같이 최근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연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남다른 조언을 덧붙였다. 그는 “극본 콘셉트 등 처음부터 장악했기에 정확하게 일련의 정서를 끝까지 한톤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극본 따로, 연출 따로였다면 저희와 같은 (예능형) 드라마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막상 듣기 좋은 호평만 얻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에 대한 시청자의 높은 반향에서 보여지듯 1990년대에 대한 향수를 대중문화 콘텐츠로 촉발시킨 ‘응답하라’ 시리즈지만, 이에 비뚤어진 시선도 존재했다.
“‘그때가 좋았다는거야?’라는 식의 오해를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현재에 있어서 어떠한 이득도 되지 않는 추억에 잠긴 정서를 그렸다는 건데요. 저희는 그저 드라마를 보며 ‘저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괜찮네’라든지 ‘저 때도 저랬는데 지금은 이 모양이네’라는 면면을 느끼셨으면 해요. 그렇다고 시사적인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과거에 빗대어) 현재를 조금은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가 될 수 있게끔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모든 작품은 창작자의 손을 떠나면 대중의 것이라고 말한 신원호 PD는 “가장 중요한 건 ‘사람냄새’다. 앞으로 뭘 하든 깔려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지난 10여년 간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바로 편집실입니다. 그림과 그림을 붙이고, 오디오를 오디오를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몽타주 만들어내는 일이지요. 이 컷과 이 컷을 붙였을 때, 어떤 이야기가 묻어나는지 이 몽타주끼리 묶었을 때 어떤 정서들이 나오는지. 한 주도 안 쉬고 붙여봤고 사람들의 반응을 들어봤습니다. 이제는 찍을 때도 흐름이라는 게 다 보이고, 편집 그림까지도 본능적으로 떠오를 정도지요. (예능 PD 출신으로서) 앞으로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와 같은 것일 겁니다. 균질한 화면을 구성해온 기존의 드라마 화면 문법과 달리, 6㎜, ENG, 적외선, 헬리캠 등을 쓸 정도로 장난질하는 걸 좋아하니까 자유로운 측면이 있어요. 살아온 사고체계와 매커니즘이 그렇기에 달라 보이는 아주 단순한 이유랍니다.”
2001년 KBS에 입사해 올해로 15년 차 연출 경력을 지닌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폭발적인 성공 이후 가장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드라마 연출자 중 한 사람으로 우뚝 섰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짙은 공감을 창출해내는 신원호 PD가 2015년 새롭게 내놓을 작품에도 우리네가 살아가고, 살아왔던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로 푹 삶아 고아져 본연의 향취가 뚝뚝 묻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