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그랜드파이널(총상금 100만 달러ㆍ약 10억7000만원)에서 서효원(29ㆍKRA렛츠런)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랜드파이널은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전 세계 탁구의 왕중왕전이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지난 2010년 석하정(30ㆍ대한항공) 이후 4년 만이다.
서효원은 이 대회 선전 비결을 플라스틱 탁구공에 대한 적응으로 평가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플라스틱 탁구공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참 적응해나가는 시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효원은 또 “플라스틱 탁구공으로 교체되면서 적응훈련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며 “백커트를 상대 선수가 잘 받는 것 같아 긴장했지만 (플라스틱 공으로 인해) 내 단점도 보완된 것 같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탁구공은 지난해 7월부터 공식대회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존 셀룰로이드 탁구공은 발화성이 있어 위험하다는 게 ITTF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탁구공으로의 교체 배경에는 공격적인 탁구와 흥행, 그리고 중국 독주에 대한 견제도 내포돼 있다는 게 국내 탁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플라스틱 탁구공은 셀룰로이드 공과 비교해 타구감, 소리, 회전력, 반발력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재질이 다른데다가 공의 크기마저 미세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셀룰로이드 공의 지름이 약 39.7㎜인데 반해 플라스틱 공은 약 40.2㎜다. 미세한 차이지만 공의 회전력이 줄 수밖에 없다. 공의 회전 감소는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수비형 선수에게 치명타다. 결국 공격형 선수에게 유리한 변화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플라스틱 탁구공에 의한 지각변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끝난 제68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상위랭커들이 1·2위를 석권했다. 남자 단식에는 김민석(국내 랭킹 1위ㆍKGC인삼공사)과 정영식(2위ㆍKDB대우증권)이 결승에 올랐고, 여자 단식에서는 양하은(1위ㆍ대한항공)과 서효원(5위)이 결승에서 만났다.
이에 대해 서효원은 “어디까지나 연습량은 자신감과 비례한다. 전 세계 탁구 흐름이 공격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수비는 물론 공격에 초점을 맞춰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