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2. 국내에서 가장 비싼 집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의 개별주택가격은 130억원이다. 서민들 입장에서야 입이 떡 벌어질 액수이지만 실제보다 매우 낮게 책정된 것이다. 경실련은 이 집의 가격을 주변 거래 시세 등을 조사해 2011년 기준으로만 최소 310억원으로 추정했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실제 시세의 약 42%가량만 공시주택가격으로 잡힌다는 뜻이다.
이 회장 자택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재벌가를 비롯한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약 30~50%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빌딩 등 상업용 건물의 공시가격도 대략 시세의 30~50% 수준만 반영된다. 이처럼 각 주택당 개별 공시주택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표준주택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도 아직 59.2%에 그친다. 그런데 정부는 이처럼 과소하게 잡힌 공시주택가격의 60%만 과표로 잡아 재산세를 매긴다. 시세 대비로는 실효세율이 0.1~0.2% 정도에 그친다.
3. 주택 양도소득세에서도 ‘다운계약서’, ‘업계약서’ 등의 관행이 횡행해 주택 경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수조원가량의 세수 손실이 일어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를 기본적으로 비과세로 한 탓에 이를 ‘탈세 구멍’으로 해 부동산 거래의 90% 이상이 과세되지 않거나 매우 과소하게 과세되고 있다. 월세 비중이 급증하고 있지만, 월세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집주인들은 거의 없다. 연봉 몇 천만원만 돼도 1년에 몇 백만원씩 근로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직간접 세금을 내는데, 부동산으로 양도차액 6억, 7억원씩 남겨도 세금 한 푼 안 낼 수 있다.
4. 2008년 대비 2013년 실효세율(명목세율에서 각종 비과세감면공제 혜택 등을 제하고 실제로 내는 세금의 비율. 과표 기준)은 근로소득세가 0.87%포인트, 법인세는 5.04%포인트, 종합소득세 역시 5.04%포인트 줄어들었다. 감세정책의 효과를 시정하고자 한다면 어디부터 손대야 할까.
5.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식 양도로 차익만 100억원 넘게 벌어들인 대주주(지분 3%나 시가 100억원 이상 보유)들이 매년 100명 안팎. 이들이 상장·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양도해 얻은 이익만 매년 2조~4조원에 이르지만 정작 이들이 낸 세금은 이익의 16% 수준으로 최고 38%인 근로소득세율에 크게 못 미쳤다. 그나마 대주주가 아니면 아예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다. 멕시코나 스위스 같은 금융비밀주의가 강한 몇몇 나라 외에는 OECD 대부분 국가들이 과세하는데 말이다.
이른바 ‘버핏세’의 취지가 바로 이런 초부유층들의 자본이득에 제대로 과세하자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 자신이 올리는 막대한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이 자기 사무실에서 일하는 비서의 근로소득세 세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 개탄해서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부자 증세도 바로 이런 초부유층의 불로소득에 붙는 세금을 올리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만 오면 이런 배경과 취지는 모두 사라진다. ‘한국판 버핏세’라는 명목 아래 국내 세목들 가운데 세부담 형평성이 가장 잘 확보돼 있는 근로소득세부터 손대느라 난리가 난다. 이런데 근로소득자들이 분개하지 않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