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적 쌓기’ 급급한 산업부 기업투자 간담회

입력 2015-02-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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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만 산업부 기자

“네? 그럴 리가요. 확인해봐야겠는데요.”

지난 11일, 기자와 한 업체 관계자 간의 통화 내용이다. 이날 산업부에서 발표한 ‘산업부 주요기업 투자간담회’ 자료를 토대로 해당 업체에 정확한 투자 규모를 물었더니 오히려 “그럴 리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상황은 이렇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기업들이 34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 열린 투자간담회에서 발굴한 28조4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중 22조4000억원의 투자가 올해 이뤄질 예정이라고 널리 알렸다.

하지만 산업부의 ‘자랑’엔 허수가 끼어 있었다. 해당 업체들에 문의해보니 아직 방향조차 정해지지 않은 프로젝트가 많았다. 공장 신·증설 건은 아직 터파기도 끝나지 않아 자금 규모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업체는 내용을 잘 몰라 산업부에 되묻는 일도 있었다. 산업부가 공언한 계획 중 수조원대에 달하는 프로젝트가 ‘잘 모르는 일’이거나 ‘정해지지 않은 것’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난감한 눈치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코드에 맞춘 자료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단한 투자를 끌어낸 것처럼 포장하려는 것 같다”며 “기업의 투자를 억지로라도 끌어내겠다는 계산 아니냐”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는 대통령부터 부처 실무자까지 한목소리로 ‘투자 활성화’를 외쳤다. 지난 5일에는 30조원 규모의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정보는 경제에 해만 끼칠 뿐이다. 대표적 과대 포장 정책인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공기업의 부채만 늘렸다. 국민들은 고용 불안과 가계부채에 신음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치적 쌓기’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려는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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