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타진했던 중국 SMIC, 신디케이트론 이자상환 부담 인수 불가 선회
동부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이 이달 중 공개 매각으로 전환된다. 최근 가장 적극적인 인수의향 의사를 타진했던 중국 파운드리업체(반도체 위탁 생산회사)인 SMIC 측이 인수 불가 입장으로 정리하자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각이 추진될 전망이다. 동부하이텍 공동 매각 주관사인 노무라증권은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이던 아이에이-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지위를 반납하면서 수의계약(프라이빗딜)을 통해 동부하이텍 매각을 진행했다.
10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유일하게 동부하이텍 인수 검토작업을 진행했던 SMIC가 동부하이텍 기업가치를 놓고 고심하다 부채에 대한 이자율 조정 등의 부담으로 결국 인수제안서 제출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SMIC 관계자는 “중국 내 8인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수요가 급증해 동부하이텍 인수를 검토했으나, 부채 등 기업가치 평가에서 경영진의 고민이 많다”며 “현재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SMIC 입장에선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65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에 대한 높은 이자율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부하이텍은 전체 부채의 10%에 해당하는 약 600억원의 이자 부담을 지고 있다. 동부하이텍이 부담하고 있는 신디케이트론의 이자율 책정은 스텝 업 방식으로 대출 초기 낮은 금리로 지원하고 시일이 지날수록 이자율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현재 이자율은 연 10%에 육박한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SMIC는 동부하이텍을 스크랩 밸류(낮은 가치)로 사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동부하이텍 매각 때에도 관련 자료를 요구해 적극적으로 검토작업을 펼쳤지만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SMIC 입장에선 동부하이텍은 수많은 매물 가운데 하나일 뿐 현재까지 의사 타진이 없는 것은 사실상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하이텍 매각은 동부그룹이 보유한 지분 37.4%에 대한 가치평가로 당초 시장에서는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6500억원대의 신디케이트론과 동부메탈 등 일부 자회사 지분도 포함돼 실질적으로 약 8000억원대의 매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매각 주관사는 인수의향을 보인 국내외 기업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속력 있는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이 없을 경우 이달 중 공개 매각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연내 동부하이텍 매각을 완료하겠다고 한 만큼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