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동갑내기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오승환(이상 33ㆍ한신 타이거즈)의 자존심 대결 제2 라운드가 시작됐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낸 두 선수는 올해 다시 한 번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 144경기 566타수 170안타(0.300) 19홈런 60득점 6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포스트시즌 활약이 빛났다.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파이널스테이지 6경기에선 4할(20타수 8안타) 방망이를 휘둘렀다.
오승환은 일본 프로야구 데뷔 첫해 64경기에서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선동열(52ㆍ당시 주니치 드래건스)이 보유했던 한국인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38세이브)을 갈아치우며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에 올랐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클라이맥스시리즈 6경기에 전부 마운드에 올라 8.1이닝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며 MVP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 두 선수에겐 자존심 경쟁보다 중요한 게 있다. 팀 내 입지 굳히기다. 두 선수에 대한 일본 현지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호에 대한 현지 언론의 혹평은 새 시즌을 앞둔 이대호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중심 타선임을 감안하면 홈런과 타점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퍼시픽리그 득점 1위(605점)에 올랐지만, 홈런은 5위(95개)에 그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득점권 타율도 0.244에 그쳤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이대호의 기동력을 지적했다. 이 매체는 지난 14일 “이대호가 1루를 밟으면 5번 타자가 장타를 날려도 득점과 연결되지 않는다”며 외야수 야나기다 유키(27)의 4번 타자 구상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오승환은 와다 유타카 감독으로부터 여전히 두터운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오승환의 목표는 블론세이브(구원 실패) 최소화와 0점대 평균자책점 달성이다. 그러나 지난해 오승환에게 완벽하게 봉쇄당했던 팀들은 오승환의 구질을 철저히 분석해 설욕을 벼르고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한해가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센트럴리그 정규시즌 1위에 오르고도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에서 한신에게 완패당한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시속 160㎞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배팅볼 기계를 도입했다. 또 전력분석팀을 한신 스프링캠프에 파견해 오승환의 불펜 피칭을 면밀히 관찰하게 하는 등 오승환의 ‘돌직구’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