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최저 임금 인상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집단 대응에 나서려던 경제계의 계획이 무산됐다. 대기업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여론 악화 우려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기업 달래기, 대한상공회의소의 이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주요 경제단체가 모여 공동 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의견 조율 과정에서 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전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경제단체협의회를 열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우려한다는 뜻을 확인하며 공동입장 발표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동 성명을 내지 않는 것으로 선회한 것은 대한상의가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기로 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대한상의가 타 경제단체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 데는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한상의를 찾아 기업인을 달랜 것과 무관치 않다.
김 대표는 대한상의에서 박용만 상의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가 이런데도 정치권은 규제개혁을 한다면서 실적 쌓기와 보여주기식 입법을 남발해 오히려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행태를 적지않게 보인다”며 “기업의 힘든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소득환류세를 신설하고 법인세 인상과 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에 속이 많이 상하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경제단체의 수장 격으로 부상한 대한상의의 이탈로 공동 성명이라는 무게감을 잃어버리자 타 경제단체 역시 강경 노선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경제단체별 입장이 다르다 보니 의견 조율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이미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대기업에 미치는 파문이 크지 않은 만큼,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전경련이 강하게 반발할 필요가 없었다는 해석이다.
경총 관계자는 “성명을 낼까 조율을 하다가 내지 않기로 의견이 모인 것”이라며 “경제5단체 공동으로 성명을 내야 하는데 상의가 빠져 모양새가 좋지도 않고, 기존에 발표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