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복고 열풍] 건축학개론·나의 독재자…향수에 젖은 스크린

입력 2015-03-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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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소비주축 중년층엔 추억… 10~20대 젊은이들엔 신선함 선사

90년대 감성은 극장가에도 소환되고 있다. 영화계의 90년대 복고 진원지는 바로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이다. ‘건축학 개론’은 90년대 대학시절 첫사랑을 그려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했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건축학개론’의 누적 관객 수는 411만명을 동원하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320만)을 제치고 한국 멜로영화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이때부터 90년대 복고 열풍이 스크린과 극장가를 강타했다. 지난해 개봉한 설경구, 박해일 주연의 ‘나의 독재자’는 90년대 남북정상회담을 소재로 길거리부터 인테리어 소품 하나까지 철저한 고증과 준비과정을 통해 호평 받았다. 김상호 영화평론가는 “영화계 복고는 비단 90년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는 복고는 사실성과 감성을 중요시한 영화들로서는 가장 안정적인 소재다. 현실이 힘들수록 과거를 찾는 관객의 심리와도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90년대 작품의 잇따른 리메이크 역시 복고 열풍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90년대 박중훈, 최진실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지난해 10월 제목과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와 리메이크돼 눈길을 끌었다. 조정석, 신민아 주연으로 주인공만 바뀐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누적 관객 수 214만명을 동원했다.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는 중국에서 리메이크되면서 다시 국내 관객들에게 원작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90년대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90년대 영화의 리메이크는 90년대를 살았던 중년들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10~20대 젊은이들에게는 신선한 감각과 문화를 선사하는 효과를 거둬 흥행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90년대 영화들도 복고 열풍을 타고 극장가에서 속속 재상영되고 있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으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지난해 11월 재개봉해 2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90년대를 풍미한 액션 대작 ‘터미네이터2’ 역시 같은 시기 재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찬욱 감독 연출과 배우 최민식이 주연을 맡은 ‘올드보이’는 10년 만에 재개봉되어 3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였다. 이 작품은 스파이크 리 감독에 의해 미국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또 ‘접속’ 등의 화제작들도 재개봉을 확정했다.

영화평론가 이우진은 “90년대 영화의 재개봉은 영상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추억마케팅에 해당한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관객들에게 콘텐츠를 통해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현 세대에게는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작품을 극장에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복고는 이제 세대를 관통하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극장가에 나타나고 있는 90년대 복고 바람은 영화 소비층의 변화와 맞물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 2013년부터 30~40대 중년층 관객이 10~20대 관객을 앞서고 있다. 영화 제작자들이 30~40대 중년층을 잡기위해 90년대 복고 트렌드를 더욱 더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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