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의 위기감은 현대자동차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3~5위 업체들은 최근 내수 판매 호조로 한숨을 돌렸으나, 이들 역시 점유율 확보는 절박한 상황이다.
7일 한국자동차 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들 3개 업체의 1분기 국내 판매량은 7만2289대로 전년(66041대) 같은 기간 보다 9.5% 늘었다. 실제로 한국지엠(0.3% 하락)을 제외하고 르노삼성은 13.7%, 쌍용차는 25.7% 증가했다.
이들 업체의 내수 판매량은 표면적으로는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몇년 간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만큼 현재의 점유율이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수출 부진이 겹치면서 안방 시장인 내수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계인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내수 시장이 부진할 경우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자체적인 생존을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내수 물량이 필요하다.
국내 3위 업체인 한국지엠은 지난해 내수 점유율 9.6%를 달성하며 목표였던 10%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 수출량(45만6000여대) 역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사측은 지난해말 크루즈 등을 생산하는 군산공장의 2교대 근무를 1교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사실상 군산 공장을 축소하겠단 뜻이다. 부평 1·2공장 통폐합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경우 국내 근로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르노삼성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 회사는 소형 SUV인 ‘QM3’의 활약에 힘입어 국내 완성차 업체중 유일하게 내수 판매와 수출 모두 견실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판매가 지나치게 QM3에 편중된 점은 위험 요소다. QM3는 르노의 스페인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국내로 수입된다. 해외 공장에서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격우 국내 판매량 하락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구조다.
쌍용차도 ‘티볼리’를 앞세워 내수 시장에선 선방하고 있지만, 수출 시장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수출은 전년비 11.8%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보다 40.6% 급감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루블화 폭락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주력 시장의 물량이 감소하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러시아는 쌍용차 전체 수출 중 40%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루블화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물량을 절반 가량 줄이고 있다. 당분간 루블화 폭락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내수 시장 확대는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