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건넨 정황을 기록한 메모를 남긴 것으로 10일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메모에는 검찰이 확인한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외에 이병기 현 비서실장, 이완구 총리 등 현 정부 핵심 인사 이름들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이날 경향신문에 보도된 그의 사망 전 인터뷰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이 메모는 숨진 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그가 애초 구체적인 의도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메모를 작성한 뒤 몸에 지니고 집을 나섰으며 인터뷰도 진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문 인터뷰에는 '말'이 실리지만 메모와 같은 문건은 물질적 실체를 띠고 있어 여론 호소력이 상당한 편이다. 메모 내용 자체가 정국을 흔드는 데다 만약 메모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면 현 정권 실세들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성 전 회장의 정확한 심경을 알 길은 없지만 사망 전날 그의 기자회견 내용과 유족 의견 등을 토대로 추측하자면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마당에 현 정권에 대한 서운함을 작심하고 표출하고자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스스로 전혀 'MB(이명박)맨'이 아니라고 여김에도 그렇게 몰려 '표적수사' 대상이 됐다는 인식이 자연히 현 정권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한나라당의 17대 대선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지원했고,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인수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잠시 이름을 올렸다가 사퇴했다. 그러나 당시 자문위원 이력은 세간에서 그에게 'MB맨'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최근 검찰 수사의 주된 대상이 이명박 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인 점을 고려하면 그 역시 정치적 목적에 따른 표적수사를 받는다고 여겼을 것이고, 스스로 'MB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억울함이 한층 컸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