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차 시험 주행 마친 구글·전기차 자율주행 마친 애플 등 산업 패러다임 바꿔
제2의 나스닥 전성시대를 연 이노베이션의 성지 미국 실리콘밸리.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함께 쇠퇴하는 듯했던 이 거대한 생태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과거 40년간 새너제이·산타클라라·서니베일·마운틴뷰·팔로알토에서 뻗어나온 IT 산업은 현재 전기전자·소프트웨어·의류·금융·의료·건설·자동차 등 모든 산업 영역을 흡수하며 경계를 파괴, 전방위적인 ‘테크 쇼크(Tech Shock)’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15년 만에 5000대를 돌파했다. 닷컴 버블기였던 2000년 3월 9일 처음으로 5000대에 올라섰다가 고꾸라진 후 이 수준까지 되돌리는 데 무려 15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다.
일각에선 거품 논란도 제기됐으나 대부분이 과거 닷컴버블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성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기자금이 유입됐지만 현재는 나스닥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양적·질적으로 안정됐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올 초부터 이어진 미국 주식시장의 랠리 역시 나스닥이 견인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대장주들은 탄탄한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자신들의 전유물인 IT 사업 영역을 유지하면서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영역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아이폰’ 시리즈로 인류의 일상을 바꾼 애플은 지난 10일 첫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 시리즈의 예약 주문을 개시했다. 이에 앞서 애플은 지난 2월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인 사실이 노출됐다. 전기차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테슬라모터스 같은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눈앞의 현실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구글 글라스’를 개발한 구글은 무인차의 시험 주행을 이미 마쳤고, 조립식 자동차 회사인 OS 비이클을 인수해 조립식 전기차 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다 구글은 의료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구글은 수술용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로 수술 기기를 생산하는 에디콘과 제휴도 맺었다. 암 세포를 탐지하는 알약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은 친구에게 수수료 없이 송금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페이팔의 벤모,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 전자송금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실리콘밸리의 강자들은 무인차, 증강현실(VR), 3차원 의료, 사물인터넷(IoT), 지능형 로봇 등의 기술과 의료, 교육, 국방, 금융, 재무분석 등의 분야를 결합해 무한한 시장을 창출할 야심을 실현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IT의 생태계가 모든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마트워치는 전통시계 산업을, 무인전기차는 휘발유나 LPG를 동력으로 하는 기존의 자동차를, 무인항공기(드론)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는 기존 배달 서비스 영역을 각각 위협하며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모든 산업이 IT 산업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