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밀실관행, 경남기업ㆍ채권단 모두 죽였다

입력 2015-04-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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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상폐ㆍ채권단 800억 손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경남기업이 15일 상장폐지된 가운데 채권단의 경남기업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이에 채권은행의 손실 규모가 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던 한 기업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채권단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면서 금융당국 주도로 이뤄진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금융당국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구조조정 방식이 계속해서 이뤄진다면 앞으로 ‘제2의 경남기업’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 주식 463여만 주를 지난 6일과 7일에 걸쳐 약 31억3300만원에 장내 매도했다. 수은이 지난해 3월 출자전환으로 해당 지분을 231억7100만원에 사들인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200억원을 손해본 셈이다.

신한과 산업은행도 각각 129억원, 128억원의 손실을 봤고, 농협(59억원), 국민(50억원), 우리(31억원) 등도 일정 금액 이상 손해를 봤다.

채권단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의 구조조정을 총괄·지휘하는 금융당국의 불투명한 ‘밀실행정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2013년 경남기업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은 경남기업 실사 이후 성 전 회장 지분에 대한 무상감자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출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거부하고 대규모 출자전환에 동의하도록 요구했다.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강요한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기업의 핵심 자산인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매각까지 중단되면서 채권단의 5300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권회수 또한 불투명해진 상태다. 특히 매각 중단에는 채권단 내부 갈등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채권단의 책임 회피 또한 불가능해졌다.

그간 금융당국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이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불투명한 워크아웃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제공하고 채권단의 무책임한 잇속 챙기기를 양산하는 등 밀실 관행의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채권단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환경을 마련하고, 과정에 따른 공시 의무를 마련해 평가와 감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채권단의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기업의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 채권액)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수은이 521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신한(1740억원), 산은(611억원), 농협(522억원)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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