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한 국민연금 개혁 문제많아…국민합의 없는 개혁안 여 내부에서도 반발
기존 정부안보다 후퇴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정치권이 합의한 가운데 갑자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리기는 방안도 합의해 논란이 거세다. 정치권이 기금 고갈 문제로 공적 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 상황에서 재원마련의 구체적인 논의나 계획도 없이 국민연금을 더 지급하겠다는 포퓰리즘 식 약속만 한 것이다. 특히 정부와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기금 고갈 우려에 다시 합의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2일 여야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키로 합의한 부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기적인 재정 추계나 국민 부담분에 대한 논의 없이 무턱대고 국민연금 지급액을 올리겠다고 한 부분이다. 대안 없이 국민연금을 무작정 많이 주면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철되기 어렵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여야 합의안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2028년)에서 50%까지 높이게 되면 연금 재정은 2050년까지 664조원, 2083년까지 1669조원이 추가로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가입자로서는 소득대체율이 40%에서 50%로 상향 되면 노후에 받는 수급액이 25% 더 많아져 당장은 그들의 혜택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연금액이 늘어나면 보험료 역시 동반 상승하게 된다.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를 들여다보면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린 상태에서 연금액을 고갈시키지 않고 유지하려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8.85%로 인상해야 한다. 재정수지 적자만 막는다고 가정할 때도 보험료율을 16.65%까지는 올려야 한다.
여야의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정부는 물론 청와대마저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무턱대고 소득대체율부터 높이자고 합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좀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합의 내용이 알려진 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급히 국회를 찾아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여야 단 내부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결국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데 이를 국민이 받아들이겠느냐”며 “청와대도 사전에 모를 정도로 당청 간에 조율이 없었다”고 말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다.
보험료율을 올리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정부는 과거에도 보험료율을 인상하기 위한 시도를 여러 차례 했었지만 국민적 합의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그만큼 국민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7년 연금개혁 때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까지만 내리고 보험료율을 15.88%로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는 소득대체율만 40%로 깎았다. 2013년에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보험료율을 13~14%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하자는 안을 내놨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현재 소득대체율이 43.9%인 상황에도 재정건전성은 빨간불이다. 현 상태를 유지해도 2047년이면 적자로 전환되고 2060년이면 기금이 소진된다.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게 된다면 기금 고갈 시점만 4년 정도 당겨지게 돼 국민연금 개혁을 오히려 후퇴시킨 셈이다.
한편 정치권은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인상 방안을 올 9월 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한 연금 전문가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에도 1년 넘게 걸렸다”며 “국민연금 개혁을 3~4개월 만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