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사옥 1층 로비 한쪽에는 지난주부터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팬택의 24년간 역사를 담은 사진전 '팬택을 빛낸 별들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그 것.
전시장은 팬택의 희로애락을 돌아볼 수 있는 볼거리로 가득했다. 고객이 직접 보낸 응원의 편지도 있었다. 그런데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내내 뜸했다. 점심때면 한 번쯤 들를 법한 팬택 직원들조차도 애써 시선을 돌렸다. 자신에게 건네는 '작별 의식' 같아서였다.
한때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삼성전자, LG전자가 각각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고 잔칫집 분위기에 들떠 있는 지금, 한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팬택은 기업청산이라는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
팬택은 지난달 진행한 3번째 매각 시도마저 불발돼 '새 주인 찾기'에 실패했다. 업계는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팬택을 인수할 업체는 이제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소리도 나온다.
이제 팬택의 운명은 다시 법원의 손에 넘어갔다. 늦어도 2주 안으로 청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던 법원과 채권단은 장고에 들어갔다. 그만큼 팬택이 국내 제조업은 물론 IT 산업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팬택 임직원들이 눈물을 머금고 사진전을 연 것은 바로 그래서다. 아이디어는 물론 모든 비용도 팬택 광고용품을 활용한 바자에서 마련했다.
사진전은 지난 24년간 팬택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 4가지 요소(구성원·가족·제품·고객)를 테마로 구성했다. 사진만 총 430여 장에 이른다. 초창기 임직원의 결의에 찬 얼굴에서부터 최근 신입사원들의 패기 어린 눈빛들도 담았다. 경영 위기 때마다 고객이 보내온 응원의 편지들도 걸었다.
팬택 관계자는 5일 "사진전을 계기로 구성원이 더욱 단합하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와 의지를 다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따뜻한 봄날이 찾아왔지만 상암 사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떠난 직원도, 마냥 쉬어야 하는 직원도 많다. 이들은 지난달 말단 직원부터 임원진까지 회사만 살아난다면 언제든 '해고해도 좋다'는 결의문을 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사진전은 팬택 임직원들의 마지막 안간힘으로 읽힌다. 어떤 메아리가 돌아올지 알 수 없지만 소리없이 외치는 아우성이다.'